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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을 살리자-③)“김민기와 학전 DNA는 순수와 서정성”

‘학전 AGAIN' 프로젝트’…내년 2월28일부터 3월 14일까지

2023-12-05 18:56

조회수 : 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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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어제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이 있는 것이고, 씨앗이 있기 때문에 나무가 있는 겁니다. 오늘날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같은 K팝이 있기까지, 그에 앞선 수많은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을 겁니다. 학전 역시 180석이 있기까지 1석이 있었을거고요. 나의 처음과 시작을 보게 된다는 것은, 단순한 추억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계속 갈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민기 선생님은 도현이처럼(윤도현), 광석이처럼(김광석), 공간이 유지되든 못하든, 학전 만의 DNA로 그 새싹들이 나올 수 있길 바라고 계실 뿐입니다."
 
지난 33년 간 한국 대중문화계의 산실 역할을 해온 '학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과거 이 출신 문화예술인들이 한 데 모이는 릴레이 공연('학전 AGAIN' 프로젝트’)가 열립니다. 김민기 학전 대표의 그늘에서 나무로 성장한 이들이 내년 2월28일부터 3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에서 릴레이 공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내년부터 진행될 프로젝트를 앞두고 5일 오후 2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지하 1층 KOMCA 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한 이들은 김민기와의 추억을 공유하며 "학전이라는 물리적인 장소의 존속 여부가 중요한 것보다는, 정신과 DNA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포크가수 박학기를 비롯해 작사가 김이나, 여행스케치 루카, 크라잉넛 한경록, 유리상자 박승화, 작곡가 김형석, 그리고 배해선, 장현성, 설경구, 방은진 같은 배우들까지 참여했습니다.
 
박학기(왼쪽부터), 배해선, 장현성, 설경구, 방은진, 김형석, 한경록, 박승화, 루카가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열린 학전 AGAIN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앞에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바위처럼 후배들 지킨 김민기…폐관도 학전답게"
 
박학기는 "학전은 꿈의 장소였고, 많은 문화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성장했고, 김민기 선생님은 바위처럼 항상 그 자리에 계셨다"며 "우리 부모님들이 그렇듯이 저 형님은 영원하시리라 생각했는데, 많은 걸 혼자 감내하고 계셨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방은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간의 원형을 유지하길 바란다기보다는, 폐관도 학전답게 하자는 마음으로 뭉쳤다. 김민기 선생님은 학전이라는 상징의 벽만큼은 유지해서 마로니에의 산실로 분명히 지키고 싶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했습니다.
 
저작권협회부회장도 맡고 있는 박학기는 이번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주도합니다. 프로젝트 기간동안 여행스케치, 시인과촌장, 크라잉넛, 유재하동문회, 하림, 이정선, 노찾사, 한상원밴드, 최백호, 한영애, 윤도현, 알리, 동물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이은미,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 등이 출연료 없이 릴레이 콘서트를 이어갑니다. 
 
박학기는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의 마지막을 공연으로 끝내기를 바라시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강산에의 말처럼 학전이 없어지든, 아니든, 그 정신은 후배들을 통해 계속 가길 바라고자 하는 차원에서 '어게인'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학전의 존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후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함께 고민할 것이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공연에서는 '김광석 다시부르기'와 '김민기 트리뷰트'를 비롯해 배우들 주도의 연극 프로젝트, 유재하 가요제 출신 뮤지션들의 합동 공연 등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박학기는 "저희의 부르짖음이라는 것은 '학전 폐관 지켜주세요'가 아닌, '그럼에도 우리가 잘하고 있습니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김민기 선생님과 학전의 정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뭉친 자리로 봐달라"고 했습니다.
 
박학기(왼쪽부터), 배해선, 장현성, 설경구, 방은진, 김형석, 박승화, 루카, 한경록이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열린 학전 AGAIN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앞에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학전의 정신' 유지는 우리 대중문화 위한 것
 
공연장 이관을 할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박학기는 "김민기 선생님의 평소 생각은 '끝나면 조용히 끝나는 거지'라는 생각을 존중하고, 다른 곳으로 이관 제의도 있었지만, 형님 뜻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김광석 추모사업회를 통해 4억이 넘는 돈이 모여 있는데, 향후 이 금액과 이번 공연의 4000만원쯤 될 순수익을 합쳐 '학전의 정신' 만은 우리 문화를 위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마음을 함께 하는 시민들의 후원도 독려할 예정입니다.
 
“선생님은 ‘아침이슬’을 무덤 사이로 뜨는 장렬한 태양을 보며 쓰셨다고 해요. 그렇게 늘 사색을 즐기셨고요. 순수한 어린이 눈을 통해서 거울처럼 어른들이 세상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셨어요.”(배해선) “형의 음악을 가사까지 다시 들어보니, 잃지 않으셨던 게 결국은 서정성이었던 것 같아요.”(김형석)
 
"K팝이 눈부시게 가고 있는 데는 분명 뿌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노래 가사 하나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진흙투성이에서 엎드리신 그 분의 등을 밟고 우리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는 그 등에 묻은 진흙이라도 우리가 털어드려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학전이라는 장소가 계속 이어지든 아니든, 정신과 DNA만큼은 유지돼야 합니다. 형님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문화적 재원이 정부든, 서울시에서든 나서주면 좋겠습니다. "(박학기)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주도한 박학기.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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