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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샘 스미스, 슈트와 웨딩드레스 사이

2023-10-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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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스미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2018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 당시만 해도 가을밤을 수놓는 클래식 분위기였습니다.
애수 짙은 감성, 그 감미로운 비단결 음색은 치즈 케익처럼 뚝뚝 떨어지는 달콤함 같았달까요. 멀끔한 슈트 차림으로 밴드와 가스펠 합창단과 함께 부르는 성스러운(홀리한) ‘스미스식 연가’를 고급지게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을 거쳐 5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이 영국 팝스타를 다시 본 소감은 파격에 파격, 그리고 또 파격. 1만 5000여명이 가득 들어찬 이 공연장 정 중앙에서만 봐도 특정 구간 마다 '입틀막(입을 틀어 막는)' 수천 관중이 눈 앞에 동시 펼쳐진 게 우연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제는 드래그퀸(연극적인 여장 남자) 분장을 한 가수로 무대에 섰으니까요. '또각또각' 거리는 구두 소리로 문을 연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더군요.
 
'STAY WITH ME'와 'I'M NOT THE ONLY ONE' 같은 데뷔 초기작들부터 'DANCING WITH A STRANGER'까지 이어가는 공연 초반 때는 5년 전의 그 분위기 하고 흡사했습니다. 그러나, 1부 'LOVE'를 지나 2부 'BEAUTY'와 3부 'SEX'를 지나는 동안 공연장 공기는 단숨에 뒤바뀌더군요. 웨딩 드레스부터 망사 스타킹까지 총 8차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수위가 센 퍼포먼스에 그야말로 관객들은 넋다운이 됐습니다.
 
스미스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첫 트렌스젠더 수상자 킴 페트라와 성 소수자들을 위한 역사적 합동 무대를 꾸몄는데요. 그간 유려한 영국식 팝 발라드로 고급진 이미지를 연출했던 그이기에, 빨간색 드레스를 우아하게 입고 등장한 그의 색다른 시도에 올해 내내 대중음악계가 발칵 뒤집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꺼내놓는 것이 리스크로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음악인이나 배우 같은 대중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인물들은 더더욱 그렇죠. 그러나 공연과 문화 영역에서는 이러한 요소마저도 생산적인 예술 결과물로 내놓을 수 있고, 그것은 사회에 목소리로 번질 수 있습니다. 샘 스미스의 슈트와 웨딩드레스 간극을 보면서 다시금 공연과 문화의 힘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망사 스타킹 차림으로 분장한 뒤 마돈나의 곡 ‘Human Nature(1994년)’를 부르며 때론 웃통도 벗고 요염하게 춤추는 스미스를 보며. "당신을 드러내요, 당신을 억압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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