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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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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완박'·'방탄출마' 대 '개딸'…국민의힘, 프레임 전쟁서 승기

단순 말장난 아닌 여론전 효과…이재명 계양을 출마 명분도 저격

2022-05-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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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6·1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방인 영남을 시작으로 충청과 강원, 수도권마저 노리고 있다. 접전은 있어도, 접전열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론전에서도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다. 무기는 간결한 단어로 압축된 프레임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착안해 '지민완박'(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완전박살)을 내걸었고,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방탄출마', '경기도망지사'로 규정해 재미를 봤다. 이 위원장과 민주당은 이에 대한 해명에 시간을 쏟느라 변변한 반격 한 번 없이 수세에 몰렸다. 
 
박대출 국민의힘 선대위 메시지본부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86 용퇴론을 둘러싼 민주당 내분을 놓고 "'친문 반문', '친명 반명' 하더니 '친현 반현'으로 쪼개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박민영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이재명 위원장을 향해 "이 위원장이 '계양을 제2의 판교로 만들겠다'는 슬로건으로 판교가 자신의 치적인 양 홍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판교 테크노밸리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때인 2004년 시공됐다"며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날조 전문가'"라고 공격했다. 얼핏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선거에서 이만한 무기도 없다.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충남 천안시의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 캠프를 방문해 김태흠 후보와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공약실천서약식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두 사람의 언급은 국민의힘 지방선거 전략을 잘 드러낸다. 논리적·이성적인 설명을 하거나 민심에 읍소하는 대신 짧고 선명한 메시지로 민주당을 여론의 반대편에 가두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민주당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추진하자 이를 '검수완박'으로 규정한 데 이어 '완박' 시리즈로 지민완박을 내세웠다. 검수완박 역풍으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전 박살날 것이라는 경고와 바람을 담았다. 실제 여론은 민주당의 행보를 '입법폭주'로 인식, 지지율이 추락했고 지방정부를 다 내줄 위기에까지 처했다. 박 본부장은 민주당이 열세인 수도권 판세에 대해서는 "인천 역풍, 서울 삭풍, 경기 무풍"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망지사, 방탄출마 등의 조어(造語)로 이 위원장도 궁지로 몰았다. 경기도망지사란 경기지사를 지낸 이 위원장이 정치적 고향 성남 분당갑을 버리고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로 '도망갔다'는 비판이다. 방탄출마는 이 위원장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를 피하려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노린다는 뜻이다. 둘 다 이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 명분을 폄훼하려는 의도다. 반면 계양을에서 이 위원장과 맞붙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선 TV드라마 제목을 본떠 '낭만닥터 윤사부'라고 칭하며 띄우기에 나섰다. 또 이 위원장의 무연고 약점을 노려 '25년 대 25일'이라는 대비된 전선을 꾸렸다. 윤 후보는 계양에서 25년을 헌신했으나 이 위원장은 계양을로 주소를 옮긴 지 25일밖에 안 됐다는 말.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 나간다"고 했다. 레이코프는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늘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에 주요 선거에서 매번 진다는 주장과 함께, 정치적 논쟁에선 디테일한 싸움보다 프레임의 구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프레임 전쟁을 강조하는 건 쉽고 간결한 메시지로 민주당의 '정권견제론'을 받아치겠다는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단문 메시지를 통해 간결성과 선명성을 추구하며 메시지 우위에 선 바 있다. 이재명 후보조차 그 효과에 놀라 뒤늦게 이를 따라했다.
 
25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도 부천시 OBS경인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지방선거 TV토론에 출연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국민의힘 프레임에 맞설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방탄출마가 아니라는 걸 해명하느라 시간만 낭비했다. 게다가 자신을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을 '개딸'이라고 칭한 탓에 비호감도만 더 높아졌다. 개딸은 인기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천박하거나 욕설의 의미가 담긴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명분 없는 계양을 출마에 이어 다소 속된 어감을 갖는 '개딸' 지지층까지 얽히자 이 위원장의 이미지만 더 실추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을 지방선거 구원투수로 등판시키고, '이재명 1인'에 의존한 선거 전략을 구상했으나 그의 운신 폭이 좁아지자 지방선거 전략 자체가 엎어질 위기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김동연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은 도움이 안 된다며 선거공보물에서 그의 사진와 이름을 뺐을 정도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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