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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같은 은행" 대출금리 인상 빠르게, 예금금리는 천천히

우리·농협 1일 수신금리 ↑…신한·케뱅 이은 조치…타행 "예금 유인요소 적어" 인상 눈치

2021-09-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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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1일 수신금리 인상에 들어가는 등 전달 기준금리 조정에 따라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 줄인상이 시작됐다. 정부 정책과 시장금리를 이유로 가산금리를 붙여가며 빠르게 인상한 대출금리에 비하면 예금금리 인상에는 다소 인색하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이날 공시를 통해 거치식 예금의 약정이율(기본금리)은 0.10~0.30%p, 적립식 예금 약정이율은 0.25~0.30%p 폭으로 직전 대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WON 예금'의 경우 1년 만기 기준 약정이율이 직전 대비 0.10%p 오른다. 같은 기준에서 'WON 정기적금'과 'WON 자유적금'도 각각 0.20%p씩 인상된다. 다만 이번 인상은 시행일 이후 신규된 상품에만 한정돼 이전 상품 가입에 대해선 변경된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다른 은행에서 수신금리 조정에 들어갔듯이 당행도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도 이날부터 예금금리를 0.05∼0.35%p 인상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8일에는 케이뱅크가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2%p 인상했으며, 같은 달 30일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선 처음으로 예·적금 금리를 0.20∼0.30%p 올렸다. 이런 인상 소식이 들리자 국민·하나·농협 등 주요 은행과 카카오뱅크도 조만간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은이 전달 26일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은행들의 수신금리 줄인상은 예고됐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단기 시장금리 등이 올라 은행들이 예·적금에도 높아진 돈의 가치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또 먼저 금리를 조정한 타행으로 수신액 이탈 우려가 있어 한 은행이 금리 조정을 단행하면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금리를 변경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신금리 조정은 대출금리에 비해 변동 속도가 더디다. 특히 최근에는 초저금리에 높은 이자비용을 내가면서 고객 자금을 유치해야하는 필요성이 적어진 영향이 크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보유한 대기성 자금(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달 27일 684조4922억원으로 높아진 투자 수요에 따라 0.1%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불어나고 있다.
 
은행들의 예금 유치를 강제할 예대율 비율도 국민은행(6월말 100.4%)을 제외하곤 규제 비율(100%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조정 가능한 조달비용을 구태여 올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의 상승이 예상되지만 저원가성 수신 비중이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므로 전체 조달금리에 대한 민감도는 낮다"고 평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 조정에는 재무·자금·마케팅 등 여러 부서의 의견 조율을 통해 결정된다"면서 "가계대출 관련 가수요도 진정되는 분위기인 데다 유동자금도 커 당장 수신금리를 급하게 올려야 할 요인이 적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주요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이 본점 영업부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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