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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사라진 인터넷은행, 충당금·영업제한 '진땀'

중금리 늘린 카뱅 3분기 충당금 2.6배 ↑…시중은행 수준 규제

2021-11-0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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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카카오뱅크가 3분기 충당금 전입 규모를 2.6배 늘리는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달라진 규제 환경에 진땀을 빼고 있다. 케이뱅크까지 흑자기조에 안착한 데다 플랫폼 중심의 금융 환경으로 시장 지위가 달라지면서 금융당국이 예외 없이 기존 은행 수준의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적용하고 있어서다. 
 
카카오뱅크가 3일 공시한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295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11억1600만원 대비 166.0% 올랐다. 충당금전입액 증가는 실행한 대출의 부실 우려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3개월 만에 작년 한 해 규모(608억9300만원)의 절반가량을 쌓았다.
 
이는 지난 분기부터 위험도가 있는 중금리 대출 취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당국이 인터넷은행들에게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구체적으로 주문하면서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신용대출의 20.8%를 중금리 대출로 취급한다고 약속했다. 김석 위험관리최고책임자는 "충당금적립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저신용자 취급 규모가 2분기 1500억원에서 3분기 5000억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3분기까지 중금리 대출은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취급 비중은 13.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을 겸해 연말까지 중신용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사잇돌대출, 전월세보증금 대출(청년 대상 제외)을 중단한 상태다. 중신용자에 대한 첫 달 이자면제 혜택도 12월 말까지 연장하는 등 규제로 인해 일부 영업을 중단한 데 더해 추가 마케팅 비용까지 내는 처지에 몰렸다.  
 
케이뱅크 상황도 비슷하다. 일단 2분기까지 중금리 대출 취급 비중을 15.5%까지 올려 목표치인 21.5%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러나 높아진 중금리 대출 경쟁에 9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하기로 한 중금리 관련 '대출이자 2개월 캐시백' 이벤트를 최근 연말까지 연장했다. 오는 6일부터는 고신용 고객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신규 및 증액 신청을 연말까지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동참하면서도 중저신용 고객들의 이자부담 경감,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 활성화 등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영업 환경은 당국이 은행권 전체에 가계대출 규제 주문을 동일하게 요청하고 있는 영향도 크다. 당국은 그간 건전성 기준 완화와 경영실태 평가 3년간 면제 등 인터넷은행에 혜택을 줘왔다. 그러나 토스뱅크가 지난달 오픈 후 9영업일만에 대출한도(5000억원)를 소진했을 때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만큼은 총량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후 은행계열 금융지주사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등 당국은 달라진 시장에 맞는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장들을 만나 "금융혁신 과정에서 정부는 금융권과 빅테크 간 불합리한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가 3분기 충당금전입 규모를 2.6배 늘리는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달라진 규제 환경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의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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