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혁신 상품들을 필두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오던 메리츠화재가 최근 보장성을 대폭 줄이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주력 상품군인 장기인보험의 실적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알짜 담보로 꼽히던 건강보험 갑상선질환 수술비 가입금액을 지난 9일 대폭 축소했다. 약 1000만원을 상회하던 수술비 가입금액을 10분의 1 수준인 100만원대로 줄였다.
상품별로 보면 1080만원 이었던 건강보험 갑상성질환 수술비는 180만원으로 인하됐다. 어린이보험 갑상성질환 수술비 역시 1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축소됐다. 간편건강보험은 58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내려갔다.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사들 중 유일하게 운영해오던 '간병인 실손보상' 담보도 지난 9일부터 타사 간병보험 상품처럼 보험금을 일당지급으로 변경했다. 그간 메리츠화재의 간병인보험은 통합간병병동 이용시 공단과 본인부담금을 합쳐 1일 기준 약 12만4000원 한도 내에서 실손보상을 진행해왔다.
일반적으로 간병인보험을 취급하는 타사들은 종합병원에서 간병인을 못 쓰게 하는 경우 약 1만원 수준의 정해진 입원일당만 지급한다. 간병인 서비스 이용 기간을 15일 기준으로 가정하면 기존 메리츠화재 상품과 약 1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이 차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파격적인 담보로 업계 이목을 끌던 메리츠화재가 보장성을 줄이고 있는 것은 영업 축소로 사업비를 관리하고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말 장기위험손해율은 95.1%로 전년 말 약 85% 대비 10%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실적도 하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의 지난 8월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110억 96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7% 줄었다. 장기인보험은 계약기간이 1년 이상으로 사람과 관련 있는 장기보험을 말한다. 메리츠화재는 파격적인 설계사 시책과 상품 보장성을 기반으로 지난해 업계 1위 삼성화재와 장기인보험 시장점유율을 경쟁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IFRS17)를 대비해 여러 보험사들이 장기인보험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메리츠화재는 이러한 전략을 좀 더 빨리 시작했다"며 "메리츠화재는 그간 매출을 초과달성 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무리하게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손해율 안정화 등 내실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화재의 고객민원은 올 상반기 1751건으로 전년 동기 1665건 대비 5.2%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총 811건의 보험계약에 대한 보험금 6억8600만원을 부당하게 삭감해 지급하거나 미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리츠타워. 사진/메리츠화재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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