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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복귀'…'나흘만에 퇴원' 스펙 통할까
전문가들 "양성 판정 후 7~10일 특히 위험"
미 CDC "코로나19, 제한적·이례적 상황서 공기감염 가능"
2020-10-06 10:04:32 2020-10-06 10:04:32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나흘만에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미 대선이 한 달도 채 안남은 상황에 선거 유세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성 판정 후 10일 자가격리 의무 등을 무시한 채 진행한 '조기퇴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나 코로나19 방역 등을 고려했을 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국립 군병원에서 조기 퇴원하기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곧 선거 유세 여행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밝힌 이후 불과 나흘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6일 오전 7시40분 군병원을 나서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마스크를 쓴 채 군 병원을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기퇴원 전날인 4일(현지시간) 차를 타고 병원밖으로 '깜짝 외출'을 하는 등 대선을 불과 29일 남겨둔 상황에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나, 트럼프의 무리한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신의 코로나19 극복 사례를 '선거 스펙'으로 활용하고자 자가격리 권고까지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블루 룸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고 경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건강 상태가 완전히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치료해온 의료진은 이날 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거나 넘어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들은 첫 증상 이후 일주일에서 열흘간 특히 취약하다. 상태가 건강해 보이는 환자도 바이러스 자체나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 양성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뒤 10일간 자가 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의 방역도 문제다. 이날 CDC는 "코로나19 감염자가 6피트(약 1.8m) 이상 떨어져 있던 다른 사람, 또는 이 환자가 어떤 지역을 떠난 직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제한적이고 이례적인 상황을 입증하는 일부 보고서가 발행된 적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환기가 잘 안되는 실내 등 환경에서는 공기입자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백악관 내 근무자들과 캠프 인사 등의 집단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 스펙을 활용해 미 대선 가도를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전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빠른 시간에 회복이 되면 ‘이거 봐라. 큰 거 아니다. 얼마 안 걸려 극복할 수 있다. 치료제 좋은 거 나와 있다’는 식으로 반론을 펼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쇼를 하시는 분으로, 미국 사회에서 상당히 그게 또 먹힌다”라고 말했다. 
 
월드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미 대선 1차 TV토론 이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발표 이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53%)와 격차가 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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