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 신호위반 교통사고사, 신호등 설치 잘못됐다면 산재"
법원 "신호등 설치·관리상 하자…사망자만 책임 있다고 단정 못해"
입력 : 2020-09-27 11:15:16 수정 : 2020-09-27 11:15:1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A씨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통상적인 경우 업무상재해로 볼 수 있지만, A씨가 신호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신호등 설치에 하자가 있었다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있을까? 법원은 업무상재해라고 인정했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현룡)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출근 중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근로자에게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신호등. 사진/뉴시스
 
건물청소 방역 회사에 다니던 A씨는 지난해 10월18일 아침 출근길에 제주시 건주로 인근 교차로에서 잠시 정차했다가 빨간불임에도 그대로 진입하던 중 버스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교통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A씨의 아내는 같은 해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 사건 주된 원인은 A씨의 신호위반(중과실)에 따른 법률 위반으로 발생했다"면서 "사고 원인이 망인의 전적 또는 주된 행위에 의해 발생한 재해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은 "A씨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도중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A씨의 사고는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 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공단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유족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망인의 신호위반 운전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관리 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고를 낸 지점의 교차로 신호등이 차량 정지선 위에 설치돼 있어 정지선에 맞춰 멈춰선 A씨가 신호등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공단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재해조사서에도 '사고 경위가 적색신호 대기 중에 신호 변경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주행해 버스와 충돌 사고로 사망한 재해임'으로 기재돼 있다"면서 "망인이 적색신호임을 인식하고도 무리하게 신호를 위반하면서 교차로를 통과해야 할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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