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럽 문을 열어야 살아요" 한 집 걸러 한 집 문 닫은 이태원
"일주일 매출 3만원" "매출 90% 줄어" 클럽 의존도 높아 전체 부진 심각
입력 : 2020-09-20 14:50:05 수정 : 2020-09-20 15:42:36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오늘 손님 한 테이블도 없었어요. 이번주 매출이라고 해봐야 3만원이 전부예요. 이건 굶어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요.”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한식집 이화를 운영하는 김수선(여·74) 사장은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더니 이내 한숨과 함께 가게 문을 닫으러 몸을 일으켰다. 이태원에서만 40년 넘게 장사하며 산전수전 다 겪어봤지만, IMF 때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보증금 3000만원은 이미 다 까먹었고, 월 임대료 190만원은 벌써 반 년째 밀렸다. 
 
그나마 건물주가 사정을 봐줘서 문이야 열고 있는 형편이지만 빚만 늘어가면서 여기서 뒤로 더 물러나면 평생을 해온 장사를 접는 수밖에 없다. 관광객도 내국인 유동인구도 다 사리진 거리엔 몇몇 매장을 철거하러 나온 인부 한 두 명이 전부다. 문을 열어봐야 적자만 커지는 상황에서 결국 김씨는 콩나물 하나로 남편과 끼니를 해결하겠다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가게가 특별히 목이 안 좋은 곳도, 인기가 없던 곳도 아니었다. 이태원 클럽 밀집지역에 인접해 작년만 해도 점심장사, 저녁장사, 새벽장사 가릴 것 없이 따로 직원을 두고 24시간 영업해야 할 정도였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태원을 찾으면 단체로 들르는 곳 중 하나였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꾼 것이다.
 
김 사장은 “고향 경남 진주에 올해 한 번도 내려가지 못했다. 이태원에서 장사한다니 추석에도 내려오지 말라더라. 결국 장사가 되려면 조금이라도 클럽을 풀어줘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당장 늘 수 없는데 클럽이 문을 열어야 사람이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초 황금연휴 이태원클럽 등지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이 4개월 지났다. 이날 찾은 이태원은 상인들의 말을 빌어 상권이 ‘붕괴’된 게 아니라 ‘없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불금’의 한창 낮 시간 거리는 골목마다 2~3명밖에 볼 수 없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커피숍엔 100석 가까이 넓은데도 이 중 10%도 채우지 못했다.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이 잠잠해진 후 상인·주민·용산구 등은 상권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갖은 힘을 다했다. 소상공인에 지원금 100만원도 주고, 방역을 수시로 해 가게엔 ‘클린 이태원’ 스티커, 거리엔 ‘힘내라 이태원’ 현수막을 내걸었다. 자체적으로 방역당국보다 강화된 방역수칙도 마련할 정도였다. 그렇게 겨우 반등의 기미를 찾으려는 찰나, 광복절을 계기로 다시 코로나19가 재유행했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었다.
 
지난 18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특히, 이태원에서도 가장 임대료가 비싸고 유동인구가 많다는 세계음식거리는 그 중에서도 적막함을 보였다. 아무리 저녁~새벽 장사가 주 시간대라지만 이 정도의 한산함은 다른 상인들도 고개를 떨구게 할 정도다. 한 집 걸러 한 집 꼴로 휴업 안내나 영업종료 등의 안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기 연예인이자 유명 셰프로 이태원 상권의 부흥을 이끌었던 홍석천 씨의 이태원 마지막 가게 ‘마이 첼시’도 거리 한가운데 문 닫은 채 불이 꺼져 있었다. 홍 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하루 3000만원에서 3만원으로 급감하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영업 종료를 알렸다. 홍 씨는 한 때 이태원 등에 가게를 10곳까지 확장했으며, 세계음식거리는 ‘홍석천 거리’로 불리기도 했다.
 
SNS에 스테이크 맛집으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던 ‘오레노’도 지난 6월을 마지막으로 권리금도 채 못 받고 영업을 종료한 채 세 달째 텅 비어 있었다. 줄 서서 먹던 가게는 현재 새로운 주인도 찾지 못한 모습이다. 바로 옆 칵테일바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임시휴업을 내걸었고, 건너 중식 레스토랑은 문 열었지만 손님은 두 테이블밖에 없었다.
 
세계음식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밤 늦게 새벽까지 사람들로 붐비던 거리가 지금은 새벽에 불 꺼진 거리에 혼자 지킬 정도”라며 “심할 때 매출이 90% 정도 줄어들었다. 모든 자영업자가 다 힘들다지만 이태원이 가장 심하다. 클럽 문을 열어야 이태원이 산다”고 말했다.
 
상인·주민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원인 중 하나는 이태원 상권이 홍대처럼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좁은 지역에서 외부 방문객에게 의존하는 성격이 크다는 점이다. 클럽에 방문하는 사람이 쇼핑도 하고 세계음식거리에서 저녁 먹고 술집에 가는 패턴이 유달리 강조되면서 클럽이 영업을 못하고 기피 이미자가 형성되자 전체 상권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맹기훈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은 “이태원은 세계음식을 다뤄 배달보다 방문하는 곳인데 워낙 장사가 안되자 가게 대표들이 배달을 도입하거나 따로 알바까지 뛰고 있다”며 “가능한 방역수칙으로 클럽 운영을 가능하게 해주는 등 막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한 음식점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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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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