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 시행 2년째인데…신차 교환환불 건수 '0건'
개별 합의 건수만 26건에 달해…강제성 없어 개정안 발의 필요성 제기
입력 : 2020-09-21 06:00:20 수정 : 2020-09-21 14:12:54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한국형 레몬법'이라 부르는 자동차 교환·환불제도가 시행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중재판정을 통해 신차로 교환·환불을 받은 건수는 단 한 것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 구입한 신차에서 동일한 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신차로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유명무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레몬법 시행 후 1년 8개월 동안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를 신청한 건수는 총 466건이다. 이 가운에 심의위의 중재 판정을 통해 신차로 교환이나 환불을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신청 건수 466건 중 최종 판정까지 간 사례는 26건이다. 26건 가운데 '각하 또는 기각' 판정이 22건이었고, 화해 판정이 4건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신청 보정명령 38건 △접수중 25건 △진행 불가 167건 △중재신청 접수통지 72건 △중재부 구성 및 심리 진행 50건 등이다.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를 신청한 소비자들은 오히려 중재 과정에서 자동차업체와 개별적으로 합의해 교환과 환불을 받고 있었다. 자동차업체와의 합의를 한 후 신청을 취하하면서 실제로 차량을 교환하거나 환불받은 사례는 26건에 달했다. 추가 수리를 받은 건수는 28건이었다. 
 
중재 절차를 통한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는 자동차 결합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로 제기된다. 소비자가 교환·환불 중재 절차에 참여해 자동차 결함을 진술해야 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전문가 집단인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논리적으로 진술하기에는 어려움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같은 차량에 두 건 이상의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의 공공기간인 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나서서 조사에 들어간다. 조사 결과, 결함이 드러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차로 자진해 교환해주거나 환불을 해주는 수순이다. 그러나 사실조사를 하는 국내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인력 충원부터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강제성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은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의 수용여부를 자동차업체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달 18일 기준 18개 자동차 제조사가 자동차 교환·환불 규정을 수락하고 있지만,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마세라티 등 일부 수입 브랜드는 여전히 중재 규정을 수락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체가 자동차매매계약서에 레몬법 적용 여부를 명시해야 법적 효력이 생기는데 강제성이 없다보니 명시를 안 해도 이들에 대한 패널티는 없다. 
 
이 같은 한국형 레몬법의 한계에 국산차와 수입차의 구분없이 모든 신차에 레몬법을 적용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한국형 레몬법에 강제조항을 추가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한국형 레몬법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는 향후 지켜봐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벌써 도입한 지 1년 8개월이 넘어가는데 아직까지 교환·환불을 받은 건수가 0이라는 건 근본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미국과 같이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는 것이 아닌 일부만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여서 향후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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