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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입사시험 '사고력 평가' 해명…'2차 가해·사상검증' 논란 증폭
언론사 지망생 카페 아랑 회원들 "역대 최악의 논제"
2020-09-14 15:38:40 2020-09-14 15:38:4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문화방송 MBC가 취재기자 입사시험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호칭을 묻는 논제를 출제한 것을 두고 피해자 측이 '잔인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사고력'을 평가하고자 했다지만 응시자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2차 가해' 소지는 물론 사실상 '사상 검증'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적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분들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용어가 정리됐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사에서 다시 이것을 논쟁화한 것”이라며 "피해자는 이 상황에 대해서 ‘참 잔인하다’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13일 치른 신입 취재기자 부문 논술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이라는 논제를 출제했다. 출제 취지에 대해 MBC는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자 한 것으로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는 평가 사안도, 관심사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MBC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것을 두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민주당은 '피해자'로 용어를 통일했다. MBC도 당시 보도본부 내부 논의를 거쳐 보도 리포트에 '피해자' 호칭을 써왔지만 논란을 또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는 지적이다. 
 
입사시험을 치른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사상 검증'을 하려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언론사 입사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랑 카페 게시판에 한 누리꾼은 "사건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400명의 성인이 자신을 두고 '피해자'다 '피해호소인'이다 가리는 문제에 구구절절 논술하고 나왔다는것 자체가 피해자에겐 충격이고 공포스러울 것 같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실제 시험을 치른 응시자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그 순간 쓰기에만 급급했던 제 자신이 창피해진다", "역대 최악의 논제", "MBC가 얼마나 진영논리 매트릭스에 빠져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 성향의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논제가 편향적’이며 ‘사상검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밝힐 것을 박성제 사장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적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서울시 인권 및 평등 촉구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7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로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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