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전세가 사라진다-하)임차인 주거부담 심화..전문가 "추가 지원책 절실"
소득 하위 20% 주거비 지출 전년동기 대비 13.8% 증가
경제학자들 "월세 비중 증가로 임차인 부담 커져"
정부, 월세 세액공제율 확대 등 추가 지원책 논의
2020-09-13 15:46:36 2020-09-14 08:25:48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의 임대차보호 2법이 전세제도 소멸을 앞당기면서 민간 임대시장이 빠르게 월세화로 재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로 소득 수준이 낮은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져 별도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3일 <뉴스토마토>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실제주거비(월세) 지출은 평균 평균 9만 1717원으로 지난해보다 13.8% 늘어났다. 여기에는 자가 또는 전세로 거주해 월세를 부담하지 않는 가구까지 포함돼 실제 월세 가구의 주거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1분위의 실제주거비는 2분위 가구(9만1549원), 3분위(7만2123원), 4분위(6만5809원), 5분위(7만3387원)를 모두 앞질렀다. 이는 소득이 낮은 임차인일수록 주거 부담비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1분위 가구의 월세지출이 상위 가구들을 넘어선 것은 2009년 2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같은 현상은 전세매물 부족에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전환하는 저소득층 가구 증가와 시장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월세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4∼5월에는 보합, 6∼8월에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위소득은 자가 또는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하위소득은 월세로 거주하는 경향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들고 점차 월세 비율이 높아지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경제학자들 역시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최근 한국경제학회가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 정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임대차 3법이 전세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로 임차인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72%는 '그렇다'고 동의했다. 이 중 26%는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46%는 '어느정도 동의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공급을 줄여 전세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세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월세 이전 과정에서 월세 가격도 높아지며 전반적으로 전·월세 시장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고 보호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결국 전세 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가 발생해 임대 부담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임차인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지고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반전세·월세 전환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1일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월세 전환율 상한 산정 시 기준금리에 더하는 이율(월차임 전환율)은 현행 3.5%에서 2%로 하향 조정된다. 현행 기준금리(0.5%)를 감안하면 전·월세 전환율(기준금리+월차임 전환율)은 기존 4%에서 2.5%로 낮아진다.
 
여당에서도 월세 세액공제율을 현행 10%에서 12%로 높이고, 공제한도를 종전 750만원도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액공제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관할 사항"이라며 "재정당국과 논의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실제주거비(월세) 지출이 전년동기 대비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뉴스토마토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