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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회사 손배청구 권리남용 아니다"
2020-09-13 09:00:00 2020-09-13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무단점거하는 과정에서 공장 정문 주차장 펜스를 손괴한 노동조합원들에게 펜스 가액을 회사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조 측은 회사가 보복 차원에서 제기한 소송으로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전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위원장 A씨 등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씨 등 3명이 공동으로 28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A씨 등은 비정규직 노조원 300여명과 함께 2013년 7월20일 현대차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울산공장을 점거하기 위해 공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정문 추자장 앞 펜스를 무너뜨리고 회사를 무단 점거했다.
 
또 이들을 저지하는 현대차 회사직원들에게 죽봉을 휘둘러 57명에게 상해를 입혔으며, 노조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투입된 경찰관들을 죽봉으로 폭행해 경찰관 10여명을 다치게 하고 공장 정문 앞 왕복 4차선 도로교통을 방해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A씨 등을 상대로 불법 폭력시위로 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되고 회사 재산이 손괴됐다면서 2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 등은 "공장 등 점거 행위는 정당한 쟁위행위이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아니며,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보전 목적이 아닌 노조활동 통제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권리남용"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원고들이 주도한 쟁의행위는 원고 회사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폭력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당성이 없는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불법적인 쟁의행위를 주도한 피고들로서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쟁의행위로 원고 회사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쟁의행위 중 회사가 입은 손해 중 공장 중단 등으로 인한 고저비 상당의 손해는 객관적인 입증 증거가 없다면서 회사가 펜스 복구 및 펜스 재설치를 위해 실제로 소요한 비용 280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쌍방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역시 1심 판결을 유지했고, 이에 A씨 등 2명이 상고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을 유지하면서 "권리 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려면, 주관적으로 권리 행사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여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 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로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법리에서 원고의 소제기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고 피고들이 불법행위에 따른 원고 정문 주차장 펜스 손괴로 인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 역시 옳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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