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채권단 '플랜B' 가동해도…곳곳이 지뢰밭
정부 주도 구조조정 가시화…정치적·경제적 리스크 여전…재매각에 수조원·십여년 소요
2020-09-06 12:00:00 2020-09-06 12: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채권단 관리를 중점으로 하는 플랜B가 곧 가동될 조짐이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정치적·경제적 여러 난관이 잠재돼 있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재매각 불확실성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비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 굵직한 쟁점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주주로 올라서는 산은…계약금 소송 떠맡을듯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10개월 만에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금을 치른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4월 코로나19가 터지자  태도가 달라졌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고 채권단은 운영자금 1조7000억원을 긴급 수혈했다. 그러자 HDC현산은 채권단·금호산업에게 기업가치가 달라졌다며 12주간 재실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재실사를 거부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1조원을 깎아준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딜은 성사되지 못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계약해지가 통보되면 곧바로 플랜B에 돌입할 예정이다. 플랜B는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로 두고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원을 투입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재매각하는 것이 골자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영구채 8000억원을 출자전환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37%를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2500억원을 두고 HDC현산과 긴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한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못해 인수를 완료하지 못했다'는 논리를 펴며 채권단에 계약금 반환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계약금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산은은 2016년 한화그룹이 제기한 대우조선 매각 관련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산은은 7년 동안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몰취한 계약금 중 일부를 한화에 돌려줘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 법적 공방처럼 이번에도 계약금 절반을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안기금 지원 불확실…공적자금 투입 부작용도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부합하다"고 밝혔지만, 외부인 출신으로 구성된 기안기금심의회는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부실기업이기 때문에 기금 지원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이전부터 방만경영으로 문제가 됐다"며 "이 때문에 심의회 내부에서는 지원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가치를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정부 공적자금과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시아나항공 자체부실과 코로나 장기화로 수조원의 자금이 더 투입될 수 있다. 실제 산은은 대우조선에 공적자금 10조원을 투입해 '부실기업에 혈세투입'이라는 전국민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인력 구조조정도 주요 쟁점이다. 항공수요 회복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조직 규모를 최대한 축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노조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사진/ 금융위
 
아시아나 노딜에 떨고 있는 국책은행
 
채권단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이 큰 부담 요소다. 혹여라도 재매각이 실패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채권단 내부에서는 부실기업 책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관리책임이 있는 산업은행 등도 과거 대우조선 사태 때처럼 성과급을 반납하고 조직을 축소시키라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 산은은 대우조선 재무상태 분석·경영컨설팅 결과 이행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수은도 대우조선에 10조원 이상의 신용을 공급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우조선 부실 지원이 서별관회의 등 정부 주도로 진행됐음데도 사실상 국책은행이 모두 책임을 졌다. 아직도 두 은행은 인력 및 지점축소·보수삭감·지배구조개선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내년까지 이행해야 한다. 이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주체로서 정치권·국민으로부터 대마불사를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크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에 돈을 붓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중소기업도 지원해야하는데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 기안기금심의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2조원 자금 투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