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사복 경찰과 정보 요원들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23일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나발니가 비행기에서 쓰러지기 전까지 그를 뒤따라 다녔으며, 폐쇄회로(CC)TV를 통해서도 나발니의 동선을 면밀히 감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FSB 요원들은 나발니가 시베리아에서 묵기로 한 곳과 같은 호텔을 예약했다. 이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발니는 자신의 이름으로 예약한 객실 대신 지지자가 마련해 준 임대 아파트에서 묵었다.
이날 보도 직후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는 트위터에 "정부 감시 규모는 전혀 놀랍지 않다. 하지만 FSB 요원들이 감시 사실을 밝히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나발니는 21일 오전 시베리아의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항공편으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다 의식을 잃어 옴스크에 있는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는 그가 톰스크 공항에서 마신 차에 독성 물질이 섞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역시 나발니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시베리아 방문 일정 중에는 보안 요원들과 나발니 사이의 의심스러운 접촉이 없었다며,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나발니는 베를린의 독극물 중독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산소호흡기를 낀 채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에 옮겨지기 전까지 나발니를 치료하던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 측은 그가 독살됐을 확률은 없다며, 저혈당으로 인한 대사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22일 "나발니가 병에 걸린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의사들은 나발니를 돕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경찰은 나발니와 FSB가 방문했던 장소에서 샘플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이번주 안에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결과를 공개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변호사 출신 반부패 운동가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는 수십차례 투옥되면서도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앞장서 비판해 온 강력한 야권 인사로 꼽혀왔다.
나발니가 테러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한 적 있다. 당시 주치의는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는 소견을 밝혔다.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입원한 러시아 옴스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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