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여혐 논란' 기안84 연재중단 요구에…'지나치다' 문화계 반발
2020-08-21 09:54:10 2020-08-21 10:16:41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안84라는 필명의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으로도 활동 중인 김희민씨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며 ‘연재중단’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 방송계에서 기안84를 옹호하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풀하우스’의 원작자인 원수연 작가는 연재중단 요구에 대해 “가장 잔인하고 나쁜 검열”이라고 비난했으며, 박하윤 기상캐스터는 “국민청원까지 가는 것은 너무하다”고 기안84를 옹호했다.
 
웹툰 작가 기안84. 사진/뉴시스
 
원 작가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안84의 최근 논란과 관련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여성단체들과 결을 같이하고 있는 이들의 연재중단 운동은 만화계 역사의 치욕스러운 암흑기를 다시 오게 하려는 패륜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원 작가는 만화계 내에서도 기안84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 “작가들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검열하고 연재 중단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만화계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열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나쁜 검열은 문화든 이념이든 바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내부총질”이라며 “대체 누가 이들에게 함부로 동료작가들을 검열하는 권한을 준 것이냐”고 분노했다.
 
웹툰 작가 기안84가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에는 여자 주인공이 능력이 부족한데도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남성 상사에게 성상납을 한 것처럼 묘사되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됐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복학왕’의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으며, 기안84가 출연 중인 ‘나 혼자 산다’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복학왕 연재 중지 논란이 커지면서 박하윤 기상캐스터의 발언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박 캐스터는 지난 14일 방송된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국민청원까지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내용이 불편하신 분들은 안 보시면 될 것 같다”고 기안84를 옹호했다.
 
박 캐스터는 “복학왕 웹툰에서 여 주인공이 인턴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 성행위가 연상되는 그림이 있었다는 것이 논란이 됐다”고 설명하며 “(논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고 ‘나 혼자 산다’에서도 하차를 하라는 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30대의 힘든 취업상황을 그림을 그린 것인데 맥락을 끊고 성관계 장면을 여성비하로 표현한다면, 이세상 문화콘텐츠 어디에서도 난 다 잡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 속에는 ‘좋겠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커피도 마시고,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지 딸들은 시집가고 나면 끝이야’ 라는 문구가 나온다”라며 “이 책이 여자들을 비하하는 책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안84는 지난 11일 공개한 웹툰 ‘복학왕’ 304화에서 무능력한 인턴사원이었던 여주인공 ‘봉지은’이 인턴 마지막 날 회식 자리에서 ‘조개’를 깨부수는 설정으로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내용을 담아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일자 해당 회차의 ‘조개’가 ‘게’로 바뀌는 등 수정됐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