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공매도 제도 불신부터 해소해야
입력 : 2020-08-13 06:00:00 수정 : 2020-08-13 08:57:59
이종용 증권데스크
최근 코스피의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얼마 전엔 2년여만에 2400선을 뚫었다. 지난 7월27일 이후 7월31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11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다가 2410선까지 올랐다. 증권사들도 하반기 2500선을 넘을 것이라며 증시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있다. 공매도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오는 9월15일 6개월간의 공매도 금지 기간이 종료된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또다시 주가가 급락할 것'이란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9월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청취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물러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에서도 "코로나 사태와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솔솔 흘러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여론 수렴에 나선다. 거래소는 이번 공청회에 선착순 50명까지만 참석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 개시 1분도 안돼 마감됐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공매도 재개를 두고선 기관과 개인투자자들 간의 의견이 엇갈린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가 연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공세에 주가가 떨어질테고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매도'를 키워드로 한 국민청원만 3000개가 넘는다. 대부분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쪽에선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공매도는 주가 과열을 막고 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려면 공매도가 가능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해제됐을 때 큰 폭의 조정은 없었다는 점도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공매도를 재개할 것이냐, 당분간 금지할 것이냐가 아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골이 깊다. 공매도가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매도 투자자별 비율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전체의 59%, 기관이 40%로 절대다수였다. 개인 투자자 비율은 1% 미만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증시를 떠받치면서 국내 증시의 주도권의 개인투자자가 쥐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금융세제 개편안 방향이 급선회하기도 했다. 대통령 한마디에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액이 5000만원으로 크게 확대되는 등 주식 투자에 대한 소득을 매기려던 계획이 수정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금융세제 개편안 사례처럼 여론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내놓은 자본시장 발전 대책에는 공매도 제도 존폐를 논의하기 위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이 분위기대로라면 공매도 금지 연장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증시가 제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라는 괜한 변수를 만들었다가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 자금을 대거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개인투자자의 편에 서자는 것이 아니다. 공매도 재개든 금지든 제도가 주는 득과 실을 잘 따지되, 이번 한시적 금지 조치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발성의 조치만으로는 뿌리깊은 제도 불신을 잠재우긴 어렵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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