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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막아도 줄지 않는 악플러…포털에서 DM·커뮤니티로 이동
포털 악성 댓글 제재 약 65% 줄었지만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신고는 5.6% 늘어나
2020-08-10 15:34:23 2020-08-10 15:34:23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악성 댓글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양대 포털과 SNS 등이 다양한 댓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악플러들은 무대를 옮겨가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댓글창이 사라지자 다이렉트 메시지(DM)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악플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포털에서 생성되는 악성 댓글 수는 줄었지만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발생 건수는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전문가들은 법 제도와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진/게티이미지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털에서 줄어든 악성 댓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유튜브 등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 먹방 유튜버 쯔양이 뒷광고 논란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허위 사실이 달리는 등 악플에 시달리다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 연예인 김희철도 각종 커뮤니티·SNS 댓글·DM 등에 작성된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악의적 게시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디씨인사이드·FM코리아 등 서버를 압수수색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외치며 댓글 정책을 내놓자 악플러들은 새로운 창구를 찾아 나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예 뉴스에 이어 스포츠 뉴스 댓글까지 잠정 폐지되지 관련 제재가 약한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악플을 쓰는 식이다. SNS DM은 플랫폼의 필터링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양대 포털의 댓글 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연예 댓글창을 잠정 폐지하고, 자율 신고, 인공지능(AI) 클린봇 등을 도입한 결과 1월 대비 6월에 규정 위반으로 삭제된 댓글 건수가 63.3% 줄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도 지난 2월 말 뉴스 서비스 댓글 제재 강화 및 운영 정책 개편 후 3월 한 달간 악성 댓글 삭제 건수가 65% 증가했고 욕설 및 비속어를 포함한 댓글이 2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도 혐오 표현 감지 및 삭제, 사이버불링 방지 안전 기능 등을 도입하고 있다. 
 
포털 댓글에서의 악플은 줄었지만, 개인 SNS로 보내는 DM,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유튜브 등에서는 관련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악성 댓글 관련 범죄 신고 건수는 줄기는커녕 도리어 증가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880건이었던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19년 1만663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포털에서의 악성 댓글이 줄어든 올해 1~6월에도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신고 건수는 809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 주장한다. 악플도 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한 법 제도와 함께 타인에 대한 혐오·모욕의 문제점을 인지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악성 댓글·혐오 표현(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일련의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분노를 배출하고 있다"며 "플랫폼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개인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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