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기자의 눈)경기도청사 개방에 거는 기대
2020-07-22 06:00:00 2020-07-22 06:00:00
최병호 공동체팀 기자
풍수지리에서는 공공기관이나 절 근처에는 집을 짓지 말라고 했다. 공공기관이나 절이 들어선 곳은 땅의 기운이 센 곳이라서 집을 지으면 사람에게 해롭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말로 땅의 힘이 세기 때문에 근처에 집을 짓지 말라고 했을까. 사실 과거엔 백성을 상대로 한 벼슬아치들의 횡포가 심했다 보니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우회적 가르침이었다. 시대가 흘러 공화국이 들어섰고, 정치적 민주화도 이룩됐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주는 느낌은 여전히 위압감이 대체적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청사나 법원, 검찰청 등은 언덕 위에 지어진 단색의 크고 네모 반듯한 건물이 대부분이다. 청사 입구도 경비원과 안내원이 몇 차례 출입을 제지하는 터라 시대가 흘렀어도 시민들에게 공공기관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경기도청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경기도 공공시설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 올해 5월부터 도청사를 도민에 공개하기로 했다. 물론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까지 공개하는 건 아니다. 공적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회의실과 강당, 잔디마당, 운동장 등만 개방됐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가장 큰 광역지자체가 앞장서 공공기관을 도민의 품에 돌려주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청사 개방은 경기도청 공무원들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인식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공복의 자세도 바탕이 됐다. 실제로 이 지사는 직전 성남시장 재직 때도 시장실을 개방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경기도청은 올해 10월에는 도민이 더욱 간편하게 청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공공기관을 시민에게 개방할 때의 효과는 간단치 않다. 지자체로선 시민들이 쓸 외부 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그곳은 지역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사무실까지 들락날락하지는 않겠지만 늘 공공기관을 방문한다는 사실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업무에 경각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행정의 투명성에 제고, 지자체 이미지가 개선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옛날엔 공공기관 근처에 얼씬도 말라고 가르쳤지만, 이제는 시민들이 심심하면 놀러 가는 곳이 될 것이다.
 
공공기관 개방이 특정 지자체의 반짝 쇼로 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순히 시설 몇개를 개방하는 게 아니라 북카페, 안전교육관, 야외 공연장 등으로 활용한다면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경기도청 사례가 다른 지자체에도 전파어야 하겠지만, 공공기관 활용 아이디어를 더욱 발굴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병호 공동체팀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