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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걸그룹도 소상공인?
2020-07-20 06:00:00 2020-07-20 06:00:00
“공연을 주 수입원으로 생활하는 소상공인 연예인 그룹 역시 코로나19로 어렵다는 얘길 듣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난 14일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밝힌 사과문 중 한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전국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워크숍 행사 중 걸그룹과 춤판, 술판을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된지 19일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배 회장은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때론 감정에 복받친 듯 울먹이며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 부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논란 발생 후 입장 표명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신중함을 기하고 싶었다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과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선 걸그룹도 소상공인이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소상공인의 사전적 의미는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라든지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를 말한다. 걸그룹이 이러한 범주에 포함되는지 의문이다.
 
특히 걸그룹이 해당될 수도 있는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자만 소상공인으로 인정 받는데, 걸그룹 멤버가 5인 이상이면 소상공인이 아닐 수도 있는 셈이다.
 
결국 ‘걸그룹도 소상공인’이란 식의 해명은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번 사태의 본질과도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춤판과 술판을 벌인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소상공인인 걸그룹을 도와주려고 했다는 변명은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소공연 내부 분열에 대한 대책도 모호하다. 현재 소공연은 노조뿐만 아니라 일부 부회장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배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배 회장은 이들에게 어떤 불이익 없이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얼마나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배 회장은 사퇴 없이 남은 임기를 모두 마치며 소상공인 업계 발전을 위해 제 한 몸 불사르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 사태로 국민의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고, 내부 분위기는 계속 뒤숭숭하다. 배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등용 중기IT부 기자(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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