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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은행 수도에 있는데 우리만 지방이전?
정치권 '포퓰리즘' 행태…비효율에 경쟁력 약화 우려
2020-07-16 06:00:00 2020-07-16 06: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여당이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 금융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수도에 자리잡고 있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역 민심을 챙기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이 제시한 '세계 100대 은행 본점 소재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결산기준 자기자본 상위 100대 은행의 본점은 대다수가 수도와 경제·금융중심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100대 은행 중 50%는 수도에, 31%는 경제·금융중심지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1개의 정부 소유(직·간접 보유지분 20% 이상) 은행은 모두 수도와 경제·금융중심지에 위치했다. 나머지 19%는 최초 설립지에 있거나 해당지역을 영업기반으로 하는 경우다. 100대 은행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 정책금융기관도 모두 수도와 경제·금융중심지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주요 은행 중 1~4위에 해당되는 중국공산은행·중국건설은행·중국농업은행·중국은행은 모두 중국 수도인 베이징에 있다. 미국의 제이피모건체이스(5위)·씨티그룹(8위)·골드만삭스(16위)는 금융중심지 뉴욕에, 일본의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10위)·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 그룹(14위)·미즈호파이낸셜 그룹(17위)· 농림중앙금고(18위)는 수도인 도쿄에 있다.
 
무엇보다 여당이 추진 중인 금융기관 지방이전은 그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9년 금융중심지로 선정된 부산시는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총 29개의 금융기관을 유치했지만 뚜렷한 이전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영국 컨설팅회사 지옌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부산시의 순위는 2015년 27위에서 올해 3월 51위로 크게 하락했다. 또 부산시 지역내 총부가가치 중 금융 및 보험업 발생 비중은 △2012년 7.1% △2014년 6.8% △2016년 6.5%로 줄었다.
 
본점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도 주요업무가 여전히 서울에서 처리되는 등 업무 비효율성·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중앙과의 업무 관계 때문에 별도로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주요 관계자들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관별 연간 평균 출장횟수는 2년전에 비해 28.3%(2087회) 증가했다. 출장비도 36.2%(2억1400만원) 늘었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주요 금융기관보다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 중이다. 한국이 코로나 사태를 잘 대응해 좋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국책은행들도 수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7일 기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에 따르면 산은·수은의 국제신용등급은 AA다. 이는 미국의 JP모건(A-)·모건스탠리(BBB+), 일본의 SMBC(A)·노무라증권(A-)보다 높은 등급이다.
 
산은·수은이 글로벌 주요 은행보다 좋은 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지방이전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산은·수은은 국가의 혁신성장·구조조정·통일금융 등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어느 때보다 자금 수요가 커진 상태다. 산은·수은은 우량 신용등급(AA)을 기반으로 해외채권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책은행들이 해외 은행들보다 좋은 신용등급을 기록한 것은 어찌보면 기회"라며 "반대로 지방이전 등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이러한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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