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 가해자들, 살인죄 적용 쉽지 않다"
법조계 "고의 인정 어려워…가중처벌 중형은 면하기 힘들 듯
입력 : 2020-07-05 06:00:00 수정 : 2020-07-05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 선수에게 수년 동안 폭행과 폭언 등을 일삼아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들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조계는 죽음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폭행죄 등을 적용해 가중처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5일 최 선수 유족들에 따르면 최 선수는 감독과 팀닥터, 고참 선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욕설, 성희롱을 당했을 뿐 아니라 체중 조절을 이유로 수시로 굶어야 했다. 빵 하나를 몰래 먹었다가 토할 때까지 빵을 먹는 식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어머니에게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여론은 가해자들의 가혹행위에 최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만큼 살인죄나 자살교사·방조죄 적용을 원하고 있다. 경주시청 홈페이지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청한다', '반인륜적 행위를 방치한 대한체육회를 해체하라', '가해자들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들이다' 등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그가 소속팀 지도부와 선배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최 선수의 유골함. 사진/뉴시스
 
살인죄는 형법 250조에 따라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교사 또는 방조해 자살하게 한 경우(252조 자살교사·방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촉탁 또는 승낙하게 하거나 자살을 결의하게 한 경우(253조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 등)에는 살인죄에 준하는 형량을 적용한다. 
 
법조계는 "형사상 죽음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살해의 고의와 행위가 모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여명의 이장영 법학박사는 "살인이 인정되려면 고의로 인명을 해하는 직접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죄가 성립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방조는 자살을 결심하는데 기여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며 위력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들에게는 대신 모욕, 상해, 상습폭행죄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일어났고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실형을 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욱이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강요나 폭행을 했다면 형량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국민 감정상으로는 범행이 가혹하고 피해자가 안타깝지만 살인죄를 적용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살인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으므로 폭행죄와 모욕죄 등을 적용해 가중처벌하게 되면 형량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형사상으로는 어렵지만 민사상으로는 기관과 가해자를 대상으로 최 선수의 죽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사건과는 달리 민사사건에서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소명되면 인정된다. 대법원에서는 지난 2012년 이후 군대에서 가혹행위로 자살한 경우 그 인과관계를 인정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선임병들의 암기 강요나 욕설·질책 등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우울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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