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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지시하더니 계약 파기?"…이스타 노조, 애경에 항의
'구조조정 지시' AK홀딩스-이스타항공 통화 녹취 내용 공개
제주항공 최후통첩에 이스타노조 "생존권 담보로 협박하나"
2020-07-03 12:56:31 2020-07-03 12:56:31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매각 불발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강하게 항의했다. 제주항공이 8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10일 이내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발표하자 "터무니 없는 조건을 제시해 계약을 해지하려는 속셈"이라며 규탄에 나선 것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서울 마포구 애경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며 규탄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서울 마포구 애경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며 규탄했다. 사진/최승원 기자
 
이날 노조는 "제주항공이 사실상 계약 파기에 가까운 요구사항을 보냈다"며 "제주항공에 맞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고 체불임금을 해결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해삭서(MOU) 체결 계약서에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는 것은 날강도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애경·제주항공이 그동안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MOU 주식매매계약(SPA)을 통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했음에도 이제와서 매각에 유리한 고지를 취하겠다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협박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전면으로 거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AK홀딩스 대표 간의 통화 녹취파일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조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3월 20일께 이들간 오간 통화에서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는 최 대표의 물음에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며 "그게 관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가 "희망퇴직자에게는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고 우려한 데에 이 대표는 "딜 클로징(계약 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항공 산업이 어려운 만큼 기업과 노조가 합심해 고통을 나누고 협력해야 하는데 제주항공의 행위는 사실상 남의 고통을 자신의 이익으로 전화하기 위한 꼼수이자 나쁜 행위"라며 "애경·제주항공이 코로나19 상황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친다면 정치권에서도 나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의 채무에 대해 영업일 10일 이내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기준 자본 총계 마이너스 1042억으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이 기한 안에 채무를 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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