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보험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보험사 옥죄기 법안들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적인 보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담회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보험 규제 강화 법안들이 속속 나오면서 보험업계 안팎에선 설왕설래가 오간다. 보험사들은 세계적인 추세인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포화된 보험시장에서 악화하는 업황과 코로나19 악재로 치열한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상황에선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반론이다.
22일 보험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보험사 옥죄기 법안들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적인 보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 배정된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 고용진 의원, 이용우 의원 등은 보험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재벌 개혁과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 온 의원들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와 보험상품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계신 분들"이라며 "설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이번 법안들을 발의했어도 법안의 실행 결과는 선하지 않을 수 있어 보험업계와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한데, 보험업계에 적용하는 다양한 제도 개선을 급진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얻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사들은 금융소비자 보호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금융 전 과정의 내부통제를 강화해 문제를 예방하고 피해를 신속히 구제해야 한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상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내용이 복잡하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정보력 차이가 커 약자인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체계적인 마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저출산·저성장' 삼중고라는 경영 위기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칫하면 이미 어려워진 보험시장이 규제 강화로 더 위축돼 회복 불가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재 규제를 강화할 시점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실제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악재로 대면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데다가,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차역마진 부담까지 가중된 상황이다. 이미 실적은 지난해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9496억원(26.8%) 감소했다.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보험업계는 국내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구분할 것도 없이 대다수가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보험사들에 대해 규제를 늘리는 데만 열중하기보다는 기존 규제들을 완화해 숨통을 틔어줘야 할 시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들은 지급여력(RBC)비율,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 2023년 시가 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까지 매년 규제만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히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들에 대해서는 '이중 규제'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손해사정사나 손해사정업자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한 경우에 보험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행법인 업무과실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기존 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함에도 새로운 법을 신설해 중복 규제함으로써 보험사만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보험사들은 신중한 검토 없는 개정안 추진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이번에 발의된 손해사정업무의 재위탁 금지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자회사로부터 손해사정업무를 하청받는 업체들의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업무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 조직을 슬림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주력업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제3자인 전문 위탁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소비자 편익이 증진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자회사의 제3자 위탁을 금지한 경우에는 자회사가 그간 위탁해온 물량들을 자체적으로 모두 소화한다 해도 기존의 자회사에 하청받았던 업체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또다른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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