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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10억달러, 약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보통 '유니콘'이라 부른다. 비상장 스타트업이 상장도 하기 전에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니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에 비유될 만하겠다. 그런 유니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10개도 넘게 나왔다. 정부에서도 유니콘 육성을 위해서 창업 단계의 예비 유니콘을 발굴하고, 전략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유니콘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일까?
국내에서 나온 유니콘 대부분은 외국계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졌다. 물론 이 회사들도 초기에는 국내 VC로부터 투자를 받아 성장했으나 해외 VC의 투자 시점에서 높은 가치 평가를 받아 유니콘이 됐다.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은 미국 세쿼이아캐피털, 중국 힐하우스캐피털그룹, 싱가포르투자청 등에서,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3조원 이상 투자 받았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 GP클럽은 미국 골드만삭스, L&P코스메틱은 크레디트스위스와 대만 CDIB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VC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VC는 금융권의 다른 자금과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 VC 투자는 3~5 년 이상 장기 투자이다. 주식 투자가 보통 1년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점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긴 호흡의 투자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주식 평가라기보다는 주관적인 평가가 되기 싶다. 가령 비상장 스타트업이 10 곳의 VC에 투자를 유치하려 했는데 그 중 한 VC가 최종적으로 투자를 했다면 나머지 9 개의 VC의 평가는 고려되지 않은 채, 투자가 이루어진 VC의 평가만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셋째, VC는 투자와 함께 경영에 부분적으로 참여한다. 투자금의 사용처를 제한한다든지 혹은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자문을 하는 방식으로 경영진과 같이 일한다. 상장 기업을 단타 매매하는 이른바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VC 투자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업의 도약과 코스닥 시장 도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2005년 모태펀드가 설립되면서 VC 투자는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모태펀드는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며 법률에 근거해 정부기금과 예산으로 조성되다 보니, 모태펀드의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VC들은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구체적으로 정책 목표 상, 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이 수십억 원 이상이 되기 어렵고, 투자 결정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국내 VC는 펀드 성과지표인 수익률(IRR)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회수기간에 민감해 장기 투자가 이뤄지기 보다는 조기 기업공개나 투자기업의 이익조정을 부추기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계 VC는 한 번에 수천억원의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펀드의 규모가 다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규모는 100조원도 넘는 규모이다. 게다가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연결돼 투자한 스타트업을 규모 있게 성장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VC 투자 상황을 종합해보면, 보다 많은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VC의 규모가 커져야하는 동시에 외국계 VC와 공조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사실 외국계 VC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평가를 받으면 국내 VC가 같이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국내 VC는 유니콘 배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형 펀드를 운영하고 글로벌 투자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심사역들이 필요하다. 이런 인재들이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외국계 VC와 함께 발굴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 또한 한국계 미국 VC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적인 예로 쿠팡이 세쿼이아로부터 투자 유치가 가능했던 것은 한국계 미국 VC인 알토스가 이미 투자했기 때문인 듯싶다.
코로나 19 시대에 양적완화가 이루어지면서 증시와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몰려가고 있다. 우리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산시장으로만 몰리는 유동성을 실물경제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유니콘들이 나와서 세계 경제를 혁신할 수 있도록 국내 VC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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