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휘발유값 오름세에도 정제마진 마이너스 지속…이유는?
서울 평균 휘발유값 1400원대…18주 만에 상승세
2020-06-12 14:59:18 2020-06-12 15:01:34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마이너스 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아직 수요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는데 정유사들이 가동률부터 올리기 시작하면서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12일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제공 서비스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평균 보통휘발유 값은 1403.09원이다. 4월 셋째 주 이후 7주 만에 처음 1400원대를 넘은 것으로, 전국 평균 휘발유값도 6주 만에 1300원대를 기록했다.
 
15일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제공 서비스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평균 보통휘발유 값은 1403.09원이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시내 한 주유소 유가판에 표기된 휘발유와 경유 리터당 가격. 사진/뉴시스
 
코로나19와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급락했던 유가는 최근 꾸준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배럴당 40달러선 회복을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세계 각국이 경제활동도 서서히 재개하면서 원유 수요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12주째 마이너스 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6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정유사들은 통상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재와 같은 역마진 상황에선 이윤을 남기긴커녕 팔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에 머무는 이유로는 석유 수요 감소가 가장 크다. 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연장으로 초과 공급 현상이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더딘 수요 회복세가 정제마진을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침체한 석유제품 수요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는데 세계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점점 올리기 시작한 점도 걸림돌이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가동률이 낮은 하위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덜 낮추면서 벙커C유 공급과잉 및 정제마진 추가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며 "게다가 7월 OSP(산유국 공식 원유 판매 가격)도 반등해 올해 정유사들의 의미 있는 실적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유사들이 올 2분기 국제유가 회복세와 항공업계 운항 재개에 힘입어 1분기 영업손실을 예상보다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손실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1분기에 4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이 중 3조원가량은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이었다.
 
한편 휘발유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최근 OPEC+(석유수출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가 국제유가 회복을 위해 기존 감산 합의 기간을 한 달 연장했기 때문이다. OPEC+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50달러 사이에 유지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익분기점은 넘기는 동시에 석유 대체 에너지원 대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추가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당분간 휘발유값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