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김용균법③)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대안 될 수 있을까?
2008년 영국 기업살인법 모티브…기업에는 매출액 따라 벌금 부과
2020-06-10 06:00:00 2020-06-10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 시행에도 산재가 지속되자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근로자가 숨지는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재 사망을 초래한 기업과 사업주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17년 4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하면서 등장했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 현장 책임자를 넘어 기업주와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는 내용을 명시하는 게 골자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준도 현 산안법상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상 징역이나 5억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법인에게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되 매출액에 따라 벌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부터 영국에서 시행됐던 '기업살인법'과 유사하다. 기업살인법은 경영자가 아닌 '법인'을 범죄 주체로 보고 형사책임을 묻는다. 매출 규모에 따라 벌금 양형이 정해진다. 노동자 1명이 숨졌던 첫 사건에서 기업(Cotswold Geotechnical Holdings)에게는 연매출액의 250%에 38만5000파운드(5억8100만원) 해당하는 벌금이 선고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21대 국회 우선 입법 촉구 농성투쟁 돌입을 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하지만 올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대중공업 사망 사고 등이 이어지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산업재해 발생 시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 재판과정에서의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책임자에 대한 처벌여부를, 법률에서 그 범위를 기업의 경영책임자 및 법인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국회의 법 제정을 촉구했다. 
 
법무법인 율립의 오민애 변호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김용균법보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대상을 넓혔다"면서 "산안법 상으로는 현장 책임자 정도만 처벌이 가능했다면 이제 기업책임자, 즉 대표이사까지도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의 손익찬 변호사는 "김용균법은 그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도급금지 범위, 처벌 수준 등이 처음 취지대로 이뤄지지 않고 축소됐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처벌을 강화하면 기업들은 사전에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산재를 예방할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반응도 뜨겁다. 참여연대를 포함해 (세월호)4·16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등 136개 시민사회단체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기업의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0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확대 간부와 조합원 3000여 명이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정치권도 반응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재해에 책임이 있는 업주에 대한 처벌기준이 지금보다 엄격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에서는 8명의 의원이 법안에 동의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산재에 대해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처벌 위주의 법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 변호사는 "당장에 시행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이슈가 되는 것이 기업 책임자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산재에 대한 인식과 예방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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