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김용균법)①'산재사망' 연간 2천명…책임자 실형은 고작 2명
김용균법 시행됐지만 사고 더 늘어…사고 사망자 중 하청 근로자 95%
2020-06-08 02:00:00 2020-06-08 02: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른바 '김용균법'이 올해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근로자들이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등으로 현재까지 숨진 근로자 수는 이미 40명을 훌쩍 넘었다. 대부분이 하청 근로자들이다. 산업현장의 현실은 법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진정 해법은 없는 것일까. <뉴스토마토>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사법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시리즈로 나누어 소개한다(편집자주). 
 
김용균씨가 한밤에 홀로 컨베이어 벨트에 끼인 채 사망한 지 2년째다. 올해 1월부터 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음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4월 이천 물류창고에서 불이나 38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달에는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LG화학 촉매센터에서 화재가 일어나 1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달 용접용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진 하청 노동자를 포함해 올해만 4명이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2020명이고, 이중 사고 사망자는 855명, 질병 사망자는 1165명이었다. 2018년과 비교해 전체 사망자는 122명(5.7%), 사고 사망자수는 116명(11.9%) 감소했다. 1999년 사고 사망자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었다. 안도도 잠시, 김용균법이 시행된 올해 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1분기(1~3월) 사고 사망자는 2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명(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019년 11월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숨진 故 김용균 노동자의 추모분향소를 설치하는 중 서울시와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재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고용부가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원청 사업단을 조사한 결과 2018년 기준 포스코 포항제철소, 삼성전자 기흥공장,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등 11개 사업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17명 중 16명(94%)이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2014~2018년 5년 동안 국내 10대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 158명 중 하청 업체 직원은 150명으로 95%에 달했다.  
 
산재 사망이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인해 발생됐다 해도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현저히 적다. 검찰은 산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부분 벌금형을 구하는 약식기소를 하고 있고 정식 재판에 넘기는 것은 전체 사건의 약 3~4%다. 일반사건 기소율(8.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식 재판으로 간다고 해도 실형은 거의 선고되지 않는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산안법 위반으로 접수된 재판은 1심 기준 705건이었다. 이 중 실형(자유형)은 2건(0.2%)였고 벌금형(재산형)이 520건(74%), 집행유예가 102건(14%)으로 대부분이었다. 무죄도 33건(5%)였다. 항소심에서도 전체 접수 사건 159건 중 항소 기각 판결이 98건(62%)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벌금형 35건(22%)이었다.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한 김용균법이 시행된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1분기 법원에 접수된 산안법 위반 1심 사건은 155건이었는데 실형 판결은 한 건도 없었고 벌금형이 121건(78%), 집행유예가 23건(15%)이었다. 항소심 사건은 전체 18건 중 벌금형 선고가 6건(33%) 내려졌을 뿐이다. 벌금 수준도 500~1000만원 정도다.
 
산재 사고가 밀집한 부울경 지역의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수년간 산재 사건을 맡았지만 원청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은 딱 한 건 있었을 정도로 대부분의 산재 피해자는 하청 근로자에 집중돼 있다"면서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하청업체와 사업주 위주이며 양벌 규정으로 원청 업체도 묶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청의 대표이사가 기소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고에 대한 고의, 사고의 관여 정도가 입증되지 않아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처벌 대상은 거의 현장 관리자나 안전관리책임자에 그친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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