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바이러스는 무죄다
입력 : 2020-06-04 06:00:00 수정 : 2020-06-04 08:24:18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 비대면 사회라고 한다. ‘언택트(untact) 사회’라고도 한다. 대학원생들의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채 실시간 화상강의가 벌써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아 죽을 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외려 매출이 쑥쑥 올라가는 기업도 있다. 소독제를 만들고 마스크를 공급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란다. 식당과 상점, 공장 문을 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나라도 많다.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다.
 
중국 우한에서 한 마리의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인간의 몸속을 탐험한 사건이 저 멀리 밀라노, 파리, 런던, 베를린, 뉴욕 등에서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러스의 시각에서 본다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것과 같다. 대항해 시대 서구가 두창바이러스를 가지고 잉카문명과 아스텍 문명을 초토화 했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새로 만든 스파이크 단백질 신형 외투를 입고 인간 문명을 바꿔놓고 있다. 바야흐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다. 인간 사회에서는 때론 이성이 마비되고, 때론 폭력이 난무한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무너진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조직의 수장들은 바이러스를 ‘사탄’ ‘악마’라고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중국의 시진핑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악마’로 지칭했다. 한국의 신천지교회 교주 이만희는 신도들이 집단감염되어 대구·경북 지역 확산의 거점 구실을 한 것으로 드러나 손가락질을 받게 되자 ‘마귀의 짓’이라고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렸다. 
 
딱 잘라 말하면 바이러스는 죄가 없다. 무죄다. 인간의 법정에서는 흉악한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의 법정, 과학의 법정에서는 완전 무죄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소와 돼지, 닭을 죽여 잡아먹었다고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인간이 야채를 길러 먹는다고 해서 죄를 묻지 않는다. 파리와 모기 등 해충을 죽인다고 해서 비난받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모든 생물은 자손을 불리기 위한 생존 기계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온갖 생물종들을 죽여 왔다. 아니 생존과 아무 관계없는 동식물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씨를 말리기까지 했다. 바이러스 또한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의 모든 동물과 식물, 심지어는 세균의 몸까지 침범해왔다. 최초의 바이러스가 언제 지구상에서 언제 태어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보다는 적어도 몇백 배 더 일찍 등장했다. 그 이후 오랜 세월 수많은 종의 생물 몸에서 활동해왔다. 때론 숙주를 죽이기도 했고 때론 평화협정을 맺어 아주 가끔씩만 자손을 불리는 활동을 한다. 몸이 극도로 피곤할 때만 입술 주변에서 물집을 일으키는 단순포진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바이러스 등 각종 바이러스가 가장 평화롭게 머무는 곳이 박쥐다. 조용히 잘 살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쥐 또는 중간숙주로 보이는 다른 천산갑 등 포유동물에 있던 바이러스의 생존 본능을 깨운 것은 인간이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 않는 한 사자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사자를 건드린 인간이 유죄인가, 코털을 건드리니까 깨어난 사자가 유죄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간 세상으로 데려온 것은 인간이다. 바이러스는 날개가 없다. 바이러스는 발이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코로나19로 세상이 혼돈과 두려움으로 뒤범벅이 된 것은 모두 인간 때문이다. 트럼프가, 아베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하고 있는지, 할지 잘 알지 않는가.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인간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집어넣어주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전파 내지 감염 확산이라고 한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이다. 최초의 환자, 집단감염, 슈퍼전파 등 모든 것이 인간이 스스로 저지른 일들이다. 악마든, 천사든, 그것은 바이러스에 있지 않고 인간에게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배우고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감염병 시대를 맞아 국가 간 갈등이 극심하게 빚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인종 간 갈등, 지역 간 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빈부 간 갈등은 더욱 심하다. 미국에서는 인종 혐오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폭동이 일어나는 등 사회 혼란이 심각 단계의 위험 수위까지 올랐다. 실업과 경제 침체, 그리고 인권 침해 등 인간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혼돈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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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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