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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쌍용차 지원 난색…"부실화·강성노조 부담"
"코로나 이전부터 부실기업"…강성노조 무리한 요구 우려도
2020-05-25 15:10:16 2020-05-25 17:02:10
[뉴스토마토 최홍·신병남 기자] 정부가 쌍용차의 금융지원을 고심 중인 가운데 채권은행인 시중은행들이 혹여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결정하면 강성인 쌍용차 노조가 협의 과정에서 만기 연장·대출금리 인하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간 시중은행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해왔다. 이 상황에서 부실기업인 쌍용차마저 지원하게 된다면 정부 압박에 따른 무리한 지원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쌍용차의 채권은행은 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쌍용차 단기차입금은 산업은행 총 900억원, 국민은행 87억5000만원, 우리은행 150억원이다. 쌍용차는 1년내로 차입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원칙대로라면 정부는 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실기업은 통상적인 구조조정프로그램(워크아웃)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고용 파장을 고려해 쌍용차를 예외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쌍용차의 지원을 공식화한다면 시중은행은 정부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산업은행인데, 시중은행은 산업은행이 하라는 대로 할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이 걱정하는 것은 정부와 쌍용차 노조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만기연장·대출금리 인하 등 불이익이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대규모 정리해고 등 우리나라 고용문제에 대한 상당한 상징성을 갖는다.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지원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다.
 
당초 금융 논리대로라면 시중은행은 정부 지침과 상관없이 최대한 빨리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계·중소기업 대출 증가→연체율 상승이 현실화하는 만큼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앞서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지난 4월말 기준 개인·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달 말 대비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2018년 한국GM 사태 때처럼 위험성이 있는 대출은 빨리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중은행은 지난 2018년 한국GM 사태때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빠르게 회수 한 바 있다. 외담대는 원청기업(한국GM)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한 협력업체의 대출인데, 원청기업이 지급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협력업체 대출도 회수한 것이다.
 
특히 쌍용차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부실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중은행이 지원할 명분도 없다. 그간 시중은행은 향후 항공·해운·자동차 등 기간산업의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기간산업지원에 동참하라는 요구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만 금융지원을 하게 된다면 기업금융에 대한 형평성이 무너질 수 있을 뿐더러, 관치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정책 연구원은 "아마 시중은행은 정부의 쌍용차 지원 결정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며 "은행업이 정부 인허가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민간은행도 무조건 대출을 회수하진 말아야 한다"며 "기업의 존속가치를 보고 성장가능성이 있다면 어느정도 협력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1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신병남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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