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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LCC 통폐합' 현실화…"출구 없다"
기안기금 LCC 5곳 기준에 못미쳐…"구조조정 수순 밟나"
2020-05-25 05:50:17 2020-05-25 05:50:17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정부가 항공사 중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업계 LCC(저비용항공사) 통·폐합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항공사들은 현재 수익성이 악화할 대로 악화해 정부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기업에만 지원할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항공사들은 자연스레 폐업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4일 항공업계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LCC 7곳 중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5곳(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플라이강원)은 정부의 기안기금 지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 방향 등이 논의됐다. 사진/뉴시스
 
금융위가 지난 20일 발표한 기안기금 지원 기준에 따르면 '총차입금 5000억원·근로자 수 300명 이상'인 항공·해운사가 지원 대상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중견급 이상 규모 기업에 지원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LCC 중 대다수는 직원 수 300명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인 곳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뿐이다. 이마저도 항공기 리스비를 포함한 액수다. 그나마 진에어(4256억원)와 티웨이항공(3722억원)은 4000억원가량 차입금이 있지만 이스타항공(1800억원), 에어서울(500억원), 플라이강원(15억원)은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LCC 업계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될 위기에 놓이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세계 각국 입국 제한 조치로 국제선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내선만으로 버티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전체 경영난이 심화하며 LCC 1위 제주항공도 최근 자구노력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실정이다.
 
이에 앞서 정부가 발표한 LCC 지원금 3000억원도 다 받지 못한 상황이다. 지원금 발표 후 3개월간 LCC들이 받은 지원금 규모는 약 1940억원이다. 국책은행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지원 일정도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은 지원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LCC들이 사실상 모든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면서 일각에선 정부가 LCC 통폐합을 통한 항공산업 구조 재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내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 기준 자체가 대형항공사와 LCC 중 큰 회사 위주로 형성됐다"며 "몇 년간 꾸준히 있었던 LCC 구조조정 문제를 이번 기안기금으로 건드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만약 기안기금 지원 예외조항을 폭넓게 적용하면 더 많은 LCC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 지원 요건에서 정부는 "기금 지원이 없을 경우 핵심 기술을 보호할 수 없거나 산업 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기금을 쓸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예외 경우 해당 여부는 LCC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의견을 토대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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