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견 건설사들은 정작 울상이다. 대형 건설사의 자회사들이 소규모 주택 사업에 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인지도가 탄탄한 모기업을 등에 업은 자회사들이 등장하면 중견사들은 그간 일감 버팀목이던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도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20일 중견 건설사 관계자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이 활성화 돼도 수주 기대감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소규모 정비사업을 독려해도 먹거리 기대감이 생기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사도 “생존의 문제가 달린 상황에서 정부 방침은 반갑지만 수주 소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그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는 부정적이었으나, 소규모 정비사업은 지원 의지를 밝히며 독려해왔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나선 바 있고 이달에도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2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재건축과 가로주택정비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 용적률 규제와 주차장 설치 의무 등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성을 확보한 소규모 정비사업장들이 사업 추진에 나서면 그간 이 분야에서 발을 넓혀오던 중견사들은 일감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반응이 미지근하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의 자회사가 소규모 정비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의 자회사 자이에스앤디는 정부 규제가 덜한 소규모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1분기보고서에 명시했다.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이미 소규모 정비사업도 일부 수주했다. 대우건설도 내달 자회사 3곳을 합병해 통합법인 대우에스티를 출범하는데 이 회사 역시 수익성 등의 문제로 모기업이 적극 뛰어들기 어려운 소규모 정비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형 건설사의 자회사가 인지도가 탄탄한 모기업을 등에 업고 소규모 정비사업에 진출하면 중견 건설사의 경쟁력은 브랜드 영향력에서부터 밀릴 수 있다. 자이에스앤디는 모기업 GS건설의 자이 브랜드를 공유해 ‘자이르네’를 사용하고 있고, 대우에스티도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를 이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계약조건에서 중견사들이 차별성을 갖기도 쉽지 않다. 수익성이 높지 않은 소규모 사업인 탓에 공사비를 깎거나 더 좋은 마감재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올해 아직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수주 성과가 없다”라며 “서울에 브랜드를 걸기 위해 소규모 정비사업에 나서곤 했지만 대형 건설사의 자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면 이마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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