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패션·뷰티업계의 본업을 넘은 '외도'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옷만 팔던 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화장품을 팔던 회사가 생활용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고 불황이 짙어진 상황에서 신사업 지출 및 사업다각화로 수익창출을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M&A가 자칫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왕흥 옌거마마 연작 매장.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18일 업계에 따르면 33년 동안 옷만 팔던 패션 기업 한섬이 프리미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섬은 내년 초 첫 스킨케어 브랜드를 선보이고 색조 화장품과 향수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 1조5000억원 규모 국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방침이다.
패션업계 중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대표적이다. SI는 2012년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해 5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뤘다. 2018년 론칭한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도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2년 매출 19억원이었던 비디비치는 지난해 2100억원을 기록하며, 효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3680억원으로 SI 전체 매출의 25.8%, 영업이익은 684억원으로 점유율 80%에 달한다.
이처럼 패션뷰티업계들이 신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본업만으로는 수익성이 낮아 높은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뷰티업계 성과 희비를 갈랐다.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했던 아모레퍼시픽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생활용품 등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 8964억원, 영업이익 333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1.2%, 3.6% 성장한 수치다. 코로나 악재 속에서 화장품 사업은 부진했지만 생활용품 부문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2.1% 줄어든 1조 2793억원, 영업이익은 66.8% 감소한 67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리한 사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패션전문기업에서 종합문화생활 기업으로 도약 중인 LF는 지난해 매출 1조8517억원, 영업이익 8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5%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6.8% 감소했다. 패션을 넘은 부동산신탁, 외식, 호텔, 주류 등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실적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충분하지 못한 시장 조사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인수합병(M&A)은 오히려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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