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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증권사들…해외선물옵션제도 손질
키움·KB증권, 반대매매 도입…"6월물 WTI 만기 선제 대응"
2020-05-18 06:00:00 2020-05-18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증권업계가 반대매매제도를 도입하는 등 해외선물옵션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지난달 미니 크루드 오일 관련, 원유 선물 마이너스로 인한 전산사고 이후 후속 조치다.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선물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전산사고를 반복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반복이라는 시선도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15일부터 브렌트 크루드 오일, 미니 크루드 오일, 미니 천연가스 등 해외선물옵션 상품에 대해 만기 반대매매 제도를 도입했다. 해당상품에 대한 반대매매는 최종 거래일 당일 오후 10시(한국시간 기준)부터 이뤄지며, 반대매매 시행일에는 에너지 상품군에 신규 진입할 수 없다.
 
실물 인수 상품인 크루드 오일과 히팅 오일, 천연가스, 가솔린의 경우 최종 거래일 하루 전 오후 10시부터 반대매매를 시행한다. 이는 기존 보다 3시간 앞당겨진 것으로 만기 때 반대매매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달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에 진입하면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원유 선물 관련 제도 손질을 통해 투자자 손실을 막는다는 복안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외선물옵션 반대매매 제도를 일부 변경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반대매매 시행 당일 오후 10시 이후에는 유동적으로 시간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KB증권은 미니 크루드 오일과 미니 천연가스 등 에너지상품(현금결제상품)에 대한 반대매매제도를 변경하기로 했다. 해당 상품은 6월물 원유선물(QMM20) 최종거래일인 18일 오후 11시부터 청산되며, 기존 미결제약정도 청산된다.
 
KB증권 관계자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6월물 WTI 원유선물 만기일을 맞아 선제적으로 고객보호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5월물 만기와 같이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는 상황이 재연될 경우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유진투자선물은 크루드오일과 미니크루드오일 등 6월물 원유선물 최종거래일을 기존 18일에서 15일 장 마감 1시간 전까지로 변경했다. 유진투자선물 측은 "지난 5월물 원유선물 종목의 마이너스 가격 도달처럼 6월 만기일에도 마이너스 가격 도달이 우려되고 있다"며 "국제유가 마이너스 가격진입 시 유동성 부족 문제 등에 따른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최종거래일을 하루 앞당기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원유재고 감소와 수요 회복 기대감에 상승한 모습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WTI는 배럴당 9.0%(2.27달러) 급등한 27.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 4월 국제유가는(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의 공포를 경험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데다, 미국 최대 원유 ETF인 USO에 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됨에 따라 5월물 전체 미결제 수량 중 무려 27%를 만기에 한꺼번에 롤오버(월물 교체를 통한 만기 연장)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사상 초유의 급락세를 경험한 시장은 소강 사태에 접어든 뒤 최근 주요국들의 경제 활동 재개 기대와 전 세계적인 감산 영향에 다시 20달러 중반에서 지지력을 보이고 있다"며 "큰 변수가 없다면 이번 월물 교체시 마이너스 유가를 또다시 기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증권사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만기시 반대매매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너스에 들어가게 된다면 추가 증거금이 필요한 만큼 손실에 대비해 보강차원에서 제도를 변경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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