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원유ETF 투자자 잔혹사
2020-05-15 06:00:00 2020-05-15 06:00:00
우연수 증권부 기자
최근 유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가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죽을 맛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대부분이 롤오버(월물 교체)를 이미 마쳐 즉각적인 반영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최대 원유선물 ETF인 '코덱스(KODEX) WTI원유선물(H)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 이야기다. 그들은 5월물에서 6월물로 변경하는 정기 롤오버를 겪고도 세 번의 롤오버를 더 겪었야 했다.
 
시장에서 원유는 '선물' 형태로 거래된다. 선물은 매월 만기가 있는데, 만기가 끝나면 실제 '석유' 형태로 거래되기 때문에 보통 그 다음 시기의 차근월물로 롤오버(월물 교체)를 한다.
 
원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 상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처럼 근월물일수록 값이 싼 '콘탱고' 상황에선 월물 교체에 비용이 든다. 투자자들이 네 번의 롤오버에 아우성을 치는 이유다.
 
금융투자사들이 근월물 가격이 심한 변동성을 보이자 지수에 안정성을 주고자 월물을 교체했지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지만, 문제는 수익률이다. 이날 기준 코덱스 WTI원유선물(H)의 기초지수 가격은 한달 새 38% 떨어졌지만 순자산가치는 43%로 더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월세를 미리 낸 느낌"이라며 '물타기' 매수로 버티고 있다. 역대급 유가 폭락과 수차례 롤오버 비용이 반영된 현재 상황에서 손을 털고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빚까지 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금의 상당부분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총 2억원이 넘는 원유 ETF·ETN을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 1~5위 종목에는 늘 원유 선물 파생상품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유가 향방을 떠나 원유 선물 그 자체로 보면 원유 선물 상품의 수익률이 연내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근월물 비중이 작아진 ETF와 ETN은 앞으로 유가가 급등해도 그만큼의 수익률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비트코인 열풍 때부터 이른바 '존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투자했던 자산이 손실나더라도 버티고 있으면 다시 오른 다는 뜻이다. 원유 선물 투자상품에 대해 끝까지 버티는 게 답일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우려가 크다. 상품을 잘 아는 상태에서 손실을 보는 것은 투자지만, 그렇지 않으면 투기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