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국내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공모 발행액을 크게 줄인 가운데 NH투자증권은 발행 규모를 유지해 눈길을 끈다. 증시의 추가 하락이 제한적이라 판단하는 투자자들의 전망에 맞춰 높은 수익률과 낮은 녹인( Knock in·손실 구간) 구조로 짜여진 ELS 상품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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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상위 10개 증권사의 공모 ELS 발행 규모는 1조193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2월 1조1749억원을 기록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 2월 발행 규모는 6조1992억에 달했지만 3월 3조1192억원으로 감소세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ELS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또한 기존 상품이 기초자산 급락으로 인해 상환되지 않으면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ELS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많은 경우 투자자들은 기존 ELS 상품이 상환돼야 재투자를 하는데, 3월달 주가가 급락하면서 조기 상환의 기회를 놓친 상품이 많아지면서 재투자를 위한 발행(롤오버)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삼성증권이 지난달 발행한 ELS상품의 종목 수는 117개로 지난 1월(176개)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지만, 발행 규모(1629억원)는 85% 줄었다. 상품 수는 줄지 않았는데, 그만큼 발행되지 않은 것이다. 4월 청약을 진행한 삼성증권의 일부 ELS의 경우 청약률 0%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ESL 발행 규모가 급락한 반면 NH투자증권의 ELS 발행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통상 매달 3000억원대 규모로 공모 ELS를 발행해왔는데, 지난 3월과 4월에도 각각 3725억원, 3324억원을 발행했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녹인 기준점을 낮춘 ELS에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녹인 지점이 낮으면 제시된 수익률도 낮은 경우가 많지만 낮은 녹인으로 투자 안정성을 높이고,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를 활용한 고수익률 상품에 집중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녹인·고수익률·조기상환의 특징을 가진 NH투자증권의 ELS19423호는 청약 경쟁률 6.6:1을 기록했으며, ELS19454호엔 300억원 모집에 1349억원이 몰렸다. 다른 일부 ELS 상품에서도 초과 청약이 있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기존 ELS 미상환이 많아 재투자율이 높진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투자자들도 회사별로 상품을 비교해서 선택하는데, 수익률이 높아지니까 타사 고객 유입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KB증권의 경우에도 지난 3월과 4월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다. 발행 금액이 절대적인 수치로는 줄긴 했지만, 타사에 비하면 감소폭이 크지 않다. KB증권 역시 저녹인·고수익률·조기상환 구조의 ELS 상품을 연이어 출시, 초과 청약이 몰리기도 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 "현재 시장지수가 많이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50%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ELS 투자 매력을 높게 보기도 한다"며 "증권사들도 기존 보다 조건 대비 수익률은 좋아지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추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수요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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