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간 쌓여있던 기름을 다가오는 황금연휴 내 털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특히 석유 제품(휘발유·경유·등유) 특성상 권장 보관 기간이 있어 재고를 소진하지 못하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리터당 2.05원 하락한 1279원이다. 지난 22일 12년 만에 1200원대로 진입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휘발윳값은 연일 하락을 거듭하지만, 수요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발이 집에 묶이면서 석유제품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3주 연속 하락하며 서울에서도 리터(L)당 1100원대 주유소가 나타난 26일 서울 한 주유소에 휘발유(1184원)와 경유(1018원)의 리터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정유사들은 2월부터 쌓아놓은 휘발유·경유 등을 하루빨리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석유 제품은 권장 보관기간이 최대 6개월이기 때문이다. 공기와 닿으면 산화하거나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보관 기간이 늘어나면 정유사들은 품질 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 결과가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폐기해야 한다.
특히 항공기 연료의 주요 성분인 등유는 변질 우려가 커 3개월 이상 보관이 힘들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6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항공유 수요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이번 연휴를 그간 쌓아둔 석유제품을 소진할 전환기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국내로 여행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항공사들은 이달부터 국내선 운항 횟수를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70~80% 수준으로 늘린 바 있다. 이에 제주행 승객은 작년 연휴 철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KTX 예매율도 29일 저녁 경부·호남·전라선 하행 열차는 대부분 매진됐다.
하지만 침체된 소비가 연휴 간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는다면 정유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연휴 기간 휘발유 소비가 늘어나긴 하지만, 연휴 기간이 비교적 짧은 데다 국내 휘발유 소비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라며 "항공기 원료로 들어가는 등유도 국제선이 막힌 이상 국내선만으로는 큰 이익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손실이 3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폐기 제품이 많아지면 손실액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가 정유업계 지원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손실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에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이겠지만 예상 손실 규모를 메우기엔 부족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비 침체가 끝나지 않는 한 2분기까지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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