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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코로파 여파에 삼성 주총 참석, 지난해 절반으로 '뚝'
'1000명 운집' 지난해 달리 한산…"주총 건물, 무균시설로 관리"
2020-03-18 11:33:17 2020-03-18 11:33:17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주총)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주총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의 숫자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보건 당국에 버금가는 2중·3중에 이르는 현장 방역 조치로 주주들을 맞았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은 1000여명이 몰려 발디딜 틈 조차 없이 북적북적했던 지난해와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번 현장에 참석한 주주는 400여명 정도로 집계됐다. 올해 첫 전자투표제가 도입됐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총장을 찾은 한 주주는 "코로나19로 참석을 망설이다가 의안을 확인한 뒤 참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참석 인원에 상관없이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코로나19 방역 총력전에 나섰다. 주총 전부터 삼성은 기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외부 시설로 장소를 바꾸며 코로나19를 준비했다. 참석 주주가 수용 인원(800명)을 훌쩍 넘었던 지난해 혼잡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였지만, 주주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옥보다 넓은 공간을 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5일부터 매일 방역을 실시했고 건물을 무균 시설로 관리해왔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빈자리를 드러낸 채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총 시작을 불과 한 시간 앞둔 오전 8시, 주주들이 속속 행사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다린 줄을 서며 입장 순서가 언제 올까 기약 없이 기다렸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대기 시간은 비교적 짧았다. 속속 행사장에 다다른 주주들은 도착한 순서대로 큰 어려움 없이 입장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측이 더 바빴다. 삼성전자는 건물 각 입구마다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계를 준비해 주주들의 발열을 체크했다. 주주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입구에 준비한 손소독제를 발랐는지 입장과 함께 확인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자리해 있는 주주확인석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은 계속됐다. 삼성전자는 주주에게 개인별 문진표를 교부해 최근 해외여행 여부 등을 체크했고 현재 발열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후 주총장 안으로 향하는 주주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에 앞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총장 안에도 코로나19 방역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주주 한 명씩 따로 앉는 지정좌석제를 운영했다. 주주 간 거리를 위해 좌석은 두 칸씩 비워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행사장이 2000석 정도 규모인데 사람들의 공간을 띄어놔 실제로는 1500석 정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주총이 시작되고 나서도 혹시 모를 감염원 차단을 위해 삼성전자는 발언하는 주주들이 사용하는 마스크에 일회용 커버를 씌우고 매번 교체했다. 단상에 올라간 이사회 인사와 주주들의 거리는 6m 이상을 유지했고 발언대 앞에 아크릴로 된 투명 가림판을 마련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삼성전자를 향한 주주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한 주주가 "세계적인 기업임에도 소액 주주에게 배당금을 적게 주고 있다. 조금 더 배려해야 한다"고 말하자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은 "매년 9조6000억원을 분기별로 배당하고 있다. 회사에서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당연히 주주들에게 추가로 환원하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주는 "최근 입국이 제한된 베트남 공장 생산량을 앞으로 어떻게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인가"라고 묻자 김 부회장은 "회사에서 가동률을 포함해 모든 부분을 점검하고 있고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정 좌석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했다가 해고돼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서 고공 농성 중인 김용희씨 관계자가 직접 김 부회장에게 "어떻게 사람이 200일 넘게 농성 중인데 삼성은 외면하고 있느냐"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한때 행사장 안이 시끄러워지기도 했다. 한 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주주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오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데 글로벌 기업이라면 주주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박재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앞으로 박 의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대표로 상정할 안건을 결정하고 이사회를 소집해 회의를 진행한다. 이외에 사내이사에 한종희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최윤호 사장(경영지원실장)을 선임하는 안건, 재무제표 승인 건,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465억원에서 550억원으로 늘리는 안도 승인됐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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