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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풀어 지역 소비 활성화?…효과는 '글쎄'
서울사랑상품권 판매 105억 중 결제 절반도 안돼…상인·소비자 정책 체감도는 낮아
2020-03-16 16:58:17 2020-03-16 16:58:17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시와 자치구가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풀어 소비를 살리는 방안을 내놨지만 실제 진작 효과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상인들이 서울사랑상품권을 알지 못했고, 실제로 이를 이용해 구매하는 소비자도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 
 
16일 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각 자치구 서울사랑상품권 누적 구매금액은 105억원이었으나 실제 결제금액은 44억원에 불과했다. 실제 상품권이 시장에서 소비된 것은 41%에 그쳐 절반도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 시는 2월18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으로 서울사랑상품권 판매 촉진책을 내놨다. 4월 말까지 1인당 월 구매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두 배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었지만 집에 있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당장 생업이 흔들리고 생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상품권 이용 확대로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률은 물론 상인들의 인식률도 낮았다. 16일 중구 소재 전통시장 가운데 제로페이 가맹점 10곳을 찾아 실제 사용률을 물었지만, 0%에 불과했다. 서울상품권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알거나, 아예 존재조차 모르는 곳이 많았다. 식자재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거래처에서 수금할 때 주로 온누리상품권을 받는데 서울사랑상품권은 거래처나 소비자로부터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소비효과가 미비한 상품권 대신 임대료 지원이나 시장 방문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순댓집을 운영 중인 강준석씨(57)는 "상품권은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면서 "상인의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을 지원해 손님이 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B씨는 "장사는 임대료와 인건비가 비용이다. 손님이 많이 와야 소비가 진작되는 것이지, 상품권은 받는 입장에서 수수료 혜택 체감도도 크지 않고 번거롭다"고 말했다. 
 
소비자 역시 지역사랑상품권 구매 유인이 낮다는 데 공감했다. 이날 시장을 방문한 50대 여성은 "서울사랑상품권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알았어도 사용 가능한 데를 직접 찾아 물건을 구매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자치구에서 구매한 상품권은 해당 자치구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구매 방식도 번거롭다는 것이 이용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또 다른 소비자 역시 "앱을 설치하고 상품권을 구매하는 과정이 효용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시는 발행 초기라 홍보를 통해 서울사랑상품권 이용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주분들을 대상으로 문자 발송과 같은 홍보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결제 습관을 바꿔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입소문이 나면 점차 지역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한 구는 총 18개구며, 올해까지 총 24개 자치구가 발행할 계획이다. 상품권은 자치구 내 대형마트, 백화점, 사행성 유흥업종을 제외한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시장 전경.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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