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임금제, 임금인상분 누가 떠안나
정부는 공사비 인상에 부정적…"임금 지불 하도급만 옥죈다"
2020-03-12 15:03:23 2020-03-12 15:03:23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건설노동자의 ‘적정임금제’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정임금제가 시행되면 모든 노동자가 시중노임단가 이상으로 임금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한 공사비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된 임금을 원청업체에 요구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임금을 직접 지불하는 하청업체의 임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증가된 비용을 공사 원가에 반영해 하청업체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한 ‘4차(2020~2024년)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중 적정임금제는 다단계 도급과정에서 건설노동자가 ‘임금 후려치기’를 당하지 않고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시중노임단가는 대한건설협회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각 직종별 평균임금이다.
 
먼저 업계에서는 현재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더 받는 노동자도 있고, 덜 받는 노동자도 있는데 모든 건설노동자가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받으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토목 등 공공공사만 하는 건설사는 수익성 악화로 최근 10년간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라며 “노동자 임금이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경우 공공공사만으로 버틸 수 있는 건설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적정임금제를 공공공사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적정임금제를 법제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제가 있는데 건설업만 따로 그보다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적정임금제를 법제화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이런 문제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건설근로자법에 이 적정임금제를 넣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토부 법안심사소위에도 올라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건설업만 따로 적정임금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건설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업체는 하청업체라는 점이다. 정부가 적정임금제를 추진하는 것도 하청업체 건설노동자의 임금이 깎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최저 입찰제가 기본인 하청 구조에서 하청업체가 인상된 임금을 반영해 입찰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가 적정임금제를 일괄 반영해 입찰에 참여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적정임금제가 하청업체만 옥죄는 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청업체 한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하청업체가 적정임금제를 기본으로 반영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법이 아니라면 최저가 입찰 구조에서 현실적으로 임금을 모두 반영해 입찰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라며 “지금도 일감이 없어 비용을 최소화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그만큼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지금은 융통성 있게 임금을 지불하면서 인력을 고용하는데 이런 구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적정임금제를 제도화할 경우 증가된 비용만큼 공사 원가에 반영해 하청업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적정 공사비도 인정하지 않고, 간접비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적정임금만 지불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공사 원가에 비용을 반영하고, 아울러 자칫 하청업체만 부담이 될 수 있는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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