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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데”…중소기업계, 납품단가 제자리에 ‘울상’
대기업, 경쟁업체와 가격경쟁 유도로 단가 인하…"원자재가 변동분, 단가에 의무 반영해야"
2020-03-11 15:42:12 2020-03-11 15:42:12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 선박부품업체 A사는 지난해 거래 중인 대기업 B사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된 단가에 부품을 납품했다. B사가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업체 간 가격 경쟁을 유도, 최저가를 써낸 3곳을 뽑아 모든 업체에 동일한 최저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A사는 납품 계약을 따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급 단가보다 20% 낮은 수준에 계약을 맺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심각한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가 대기업 납품단가 문제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공급원가 상승분에 크게 못 미치는 조건으로 수·위탁 거래를 체결하는 등 불공정 관행이 횡행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지난해 수·위탁거래 중소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공개된 공급원가 변동 현황을 살펴보면, ‘공급원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비율이 48.6%로 ‘공급원가가 내렸다’(3.0%)고 응답한 비율에 비해 45.6%p 높았다. 업종별로는 화학 업종의 ‘상승’(82.0%) 비율과 섬유·의류 업종의 ‘평균 상승률’(11.0%)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공급원가는 대체적으로 올랐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단가는 제자리 수준이었다. 납품단가 전체 변동 현황을 보면 ‘납품단가가 변동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72.0%로 가장 높았다. ‘납품단가 상승’과 ‘납품단가 하락’ 응답률은 각각 17.4%, 10.6%에 달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식품 업종의 ‘인상’(44.0%)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전기·전자’의 경우 ‘하락’(22.0%)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위탁거래 시 납품단가와 관련해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경험한 중소기업은 7개 중 1개(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방법으로는 △경쟁업체와의 가격경쟁 유도를 통한 단가 인하(50.7%)가 가장 많았고 △지속적 유찰을 통한 최저가 낙찰(16.0%), △추가 발주를 전제로 한 단가 인하(12.0%)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는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60.0%) △인력 감축(26.7%) △저가 원재료로 교체(12%) 등으로 나타났으며, ‘납품 거부’와 같은 적극적인 대응은 9.3%에 그쳤다.
 
공급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은 원인으로는 △경기불황에 따른 부담 전가(33.8%)가 가장 많았고, △관행적인 단가 동결·인하(31.7%) △위탁기업이 낮은 가격으로 제품 구성(9.7%) 등이 뒤를 이었다.
 
공공급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원자재 변동분 단가에 의무적 반영(64.4%) △주기적인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16.2%) △부당한 납품단가 감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8.4%) 등이 조사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최근 코로나19와 보호무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탁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관행적 또는 일방적인 단가 동결·인하 문제와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21대 총선 중소기업 정책과제 전달식'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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