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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바이러스, 영원한 미개척지일까'...서점가 코로나19 관련 책 불티
생존 욕구 커진 시민들, 세계적 바이러스 전문가 글에 주목
코로나19 여파 2월 관련 서적 판매, 전월 대비 최대 481% 급증
"홈밥 등 레시피 관련 책 인기…'코로나로 바뀐 일상'의 반영"
2020-03-05 18:06:06 2020-03-05 18:08:3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앞으로 인류는 대유행 전염병 바이러스 위협에 더욱 시달리게 될 겁니다. 높은 인구밀도, 전통음식들, 야생동물 거래 등이 복합되면 병원체들이 때를 만난 듯 확산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가 5년 전 경고한 인류의 오늘이다. 울프는 저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2015)'에서 병원균과 인간 간 상관관계를 자세히 분석했다. 그는 "여행하고 탐험하며 정복하려는 인간의 성향이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확산하게 만들었다"며 "의학 기술의 발달 역시 혈액을 통한 바이러스의 이동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균의 세계는 신세계이며, 우리 지구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명체로 이뤄진 마지막 미개척지"라며 병원균에 대한 지식 축적, 범세계적 면역체계 확립이 인류 생존과 직결될 것임을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관련 현상을 분석, 전망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백신조차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증,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그 실체를 파악하려는 독자들의 생존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유일한 '방패막이' 삼은 시민들이 전문 지식, 정보를 주체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5일 뉴스토마토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의 도움으로 '코로나 여파 전후 주요 서점가 판매 동향'을 살펴본 결과, '전염병'이나 '바이러스' 관련 키워드의 책들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보문고의 1월, 2월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6.2배 가량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아동서적 '내일은 실험왕. 47: 감염과 전염병'이었다. 메릴린 루싱크의 '바이러스', 최강석의 '바이러스 쇼크', 울프의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루싱크의 '바이러스'는 101가지 바이러스 실체를 사진으로 담아낸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펜실베니아주립대 허크생명과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사람, 척추동물, 식물 등 다양한 숙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에 현미경을 들이 밀었다. 에볼라, 인플루엔자, 홍역, 사스 뿐 아니라 코로나의 모형까지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국내 확진자가 나온 1월 말 이후 바이러스, 전염병 관련 서적 판매량 역시 크게 증가했다. 예스24에서는 2월 관련 도서 판매량이 12월 대비 204.8%, 1월 대비 322.1% 가량 증가했다. 인터파크도서 역시 2월 관련 도서 판매가 1월에 비해 481%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 자연과학·아동분야 부문 MD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로, 바이러스를 잘 알아야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교보문고를 비롯 다수 서점에서는 아동 분야의 관련 서적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의 1, 2월 집계에서는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안녕 자두야 과학일기 14- 질병과 바이러스', '바이러스에서 살아남기 1, 2' 등이 모두 10위권 안에 들었다. 예스24 집계에서는 '뿐뿐 캐릭터 도감 : 전염병' 2위, 'Why? 와이 질병' 6위 등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해시키려는 부모의 노력이 뒤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교보문고의 집계에서는 관련 아동 서적을 구매하는 연령층은 40대가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기산 인터파크 MD는 "코로나 19 사태 영향으로 바이러스가 생존 문제와 연결되며 관련 도서가 재주목을 받고있다"며 "아이들을 둔 부모 독자들은 기본 지식과 예방법을 다룬 아동 책들을 주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변한 일상'이 출판계, 서점가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본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에 "미시적으로는 의학, 과학 전문서 판매가 늘고 있지만 (코로나 여파가) 다양한 장르의 서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홈밥이나 레시피 관련 책이 뜨는 것을 보면 결국 출판계 수요는 사회, 시장의 변화와 닿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에 바이러스와 전염병 관련 서적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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