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아들 채용청탁 대기업 상무, 대표이사 승진"
입력 : 2020-02-07 17:59:39 수정 : 2020-02-07 20:08:46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앵커]
 
금융계열사 대표가 그룹 상무 시절 자신의 아들을 한 시중은행에 채용 청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청탁받은 사람은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정작 청탁자는 대표 자리로 영전했습니다. 뉴스분석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금융부 박한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 기자 금융계열사 대표가 그룹 상무 시절 자신의 아들을 한 시중은행에 채용 청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이것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떻게 밝혀진 것인가요.
 
[기자]
 
지난달 22일 시중은행 회장이 은행장 시절 신입사원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는 징역 6개월에 징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인사 실무자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더 정확한 혐의 사실 확인을 위해 공소장과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봤는데요. 공소장과 판결문을 대조한 결과 외부 청탁자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외부 청탁자에는 국회의원, 담배인삼공사(현 케이티엔지, KT&G), 국민연금공단, 금감원, 기업, 대학 관계자 등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금융계열사 A 대표의 경우 그룹 자금 담당 상무로 재직하던 2014년 상반기 당시 시중은행 부행장에게 자신의 자녀 채용을 청탁했습니다. 청탁을 받아 실행한 윤 전 부행장은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정작 청탁을 한 사람은 대표 자리로 영전해 간 셈입니다.   
 
[앵커]
 
시중은행이 청탁자들을 위해 채용심사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을 하는 건가요?
 
[기자]
 
당시 채용 절차를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채용비리가 일어난 은행의 채용 절차는 3단계로 서류 전형과 1차 면접,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로 선발됩니다. 서류 전형 단계에서는 출신학교, 학점, 지원자 나이 등을 미리 정해진 평가 기준에 따라 분류해 미달자를 탈락시키는 ‘필터링 컷’이 적용됩니다. 1차 전형에 합격한 지원자들은 내부 직원 2~3명이 한 조를 이뤄 면접, 평가 점수 서열에 따라 합격 여부를 결정합니다. 2차 면접은 임원과 인사부장 등 3~4명이 한 조를 이뤄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각 전형마다 온갖 채용 비리 사례들이 다 있었다는 점입니다. 금감원 전 부원장 B씨와 C씨가 청탁한 지원자들은 85년 이전 출생자로서 연령 초과에 해당했습니다. 필터링 컷에 해당함에도 청탁을 받은 지원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이들의 서류는 통과했습니다. 이외에도 서류전형 필터링 컷에 해당하는 전문대 출신신 90년 이전 출생자, 학점 미달자 등도 청탁자라는 이유로 서류통과를 했습니다. 은행은 서류 통과율이 100대 1의 경쟁률에 달할 정도로 취업문이 좁은 직장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서류 전형부터 떨어지기 일쑤여서 최소 10군데의 자기소개서를 쓰는데요. 출발선부터가 달랐던 것입니다. 
 
[앵커]
 
면접 단계는 여지없이 비리가 있었겠군요.  
 
[기자]
 
면접 단계에서는 점수를 조작한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금융계열사 A 대표의 자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1차 실무진 면접 결과 ‘지원동기가 불명학하고 본인의 주장이 강해 팀워크를 저해함’으로 기재돼 DC 등급을 받았습니다. 당시 은행은 면접 평가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AA부터 DD까지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AA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DC등급으로 탈락 대상이었음에도 별도의 리뷰 절차를 거치도록 실무자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실무자가 재검토한 결과에서도 ‘면접시 태도 매우 불량’ 등의 사유로 ‘불합격 DC등급’으로 기재됐습니다. 하지만 재차 A씨에 대한 합격 지시가 내려와 면접 점수가 BB로 상향됐습니다. 부정통과된 것입니다. 
 
[앵커]
 
면접이야말로 태도 등을 적게 돼 있어서 점수를 조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기자]
 
하지만 실무자 면접 결과를 무시한 사례가 두드러졌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지원동기가 불명확하다’, ‘상대의 의견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다’, ‘면접 내내 산만하게 집중을 못한다’, ‘금융권 이해도 등 전반적으로 떨어져 채용불가’ 등 부정적인 의견이 분명 기재돼 있음에도 그대로 합격시킨 것입니다. 
 
이들이 ‘특이자’로 별도 관리됐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부 지원자가 특이자·임직원 자녀 등으로 분류돼 은행의 채용 체계 기초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설명드린 대로 회장과 인사 실무자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설명드렸는데요. 다만 시중은행 회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결과가 좀 아쉽다"며 "앞으로 항소를 통해 다시 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보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들이 영문도 모른채 떨어진 것이군요. 채용 청탁자들을 처벌할 수는 없는건가요?
 
[기자]
 
채용비리는 부정한 청탁부터 시작된다는 말에 모두 공감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청탁 당사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취업 청탁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취업 청탁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는 있습니다. 업무방해(형법314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형법123조), 뇌물(형법129조), 제3자뇌물(형법130조) 등입니다. 근거는 있지만 명시적 언어를 구체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혐의 입증이 어렵습니다. 대부분 채용 청탁은 이름 옆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뤄져 처벌 증거로 수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앵커]
 
처벌 가능성이 낮으니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가 별다른 위험부담 없이 채용 청탁을 남발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번 채용비리에도 국회의원이 2명이나 연류돼 있습니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니다. 이들은 청탁의혹을 현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등 유력자라고 바늘구멍의 채용문을 뚫는 일이 잊을 만하면 다시 일어나는데요. 이들이 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실적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한 채용 비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채용비리 청탁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채용 청탁자들은 제대로 된 조사나 수사를 받지 않고 있는데요. 검찰이 부정청탁을 한 청탁자에 대한 소환은 물론 철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다면 만연한 채용비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다른 방안들도 거론되나요?
 
[기자]
 
우선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청탁자 명단을 우선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또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탁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을 개정해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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