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궁여지책' 전문경영인 제도…"제 노릇 할까"
무늬만 '전문경영인' 전락 우려…KCGI 속내도 '오리무중'
입력 : 2020-02-04 06:02:12 수정 : 2020-02-05 14:10:03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전문경영인 도입'이라는 궁여지책을 뽑아 들었다. 경영에서 물러나는 대신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함께 전문경영인을 새로 뽑아 대표 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가 제 노릇을 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경영인 선임에는 KCGI의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 차익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조 전 부사장 측근이 대표 자리에 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조 전 부사장이 겉으로는 경영하지 않지만 뒤에서는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한진칼 최대주주 KCGI, 3대 주주 반도건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희 세 주주는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한진그룹의 경영 상황을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문제를 현재 경영진이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영 방식을 혁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경영인 제도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제도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의 소유주나 그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주주로만 남은 채 다른 이에게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도입했지만…'오너 아바타' 전락
 
한국 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가 국내 500대 기업 대표이사 660명(겸직 제외) 이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전문경영인은 전체의 82.7%를 차지했다.
 
한진칼도 전문경영인인 석태수 대표가 조원태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로 올라있다. 석 대표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총수 일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2018년 앉힌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석 대표가 조 전 회장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있었다. 석 대표는 1984년 한진에 입사해 그룹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석 대표가 '한진가 사람'으로 조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석 대표뿐 아니라 한국 전문경영인 중에는 무늬만 전문경영인일 뿐 실상 오너가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는 인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 연합군이 야심 차게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내세웠지만 어떤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가진 한진칼 지분율은 6.49%로 KCGI 17.29%, 반도건설 8.28%와 비교하면 작다. 어머니 이 고문(5.31%)과 동생 조 전무(6.47%)가 힘을 보탤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그렇다 해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KCGI가 그간 내세워온 전문경영인 제도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지분을 합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건설은 지분율을 늘리면서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던 반면, KCGI는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이들 연합이 앉힐 전문경영인은 일단 KCGI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와 재계의 시각이다.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사진/뉴시스
 
알쏭달쏭한 KCGI 속내…결국 조현아가 경영?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과 외부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요구해왔다.
 
이처럼 오너 일가의 일탈을 문제 삼으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자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윤리 경영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강성부 KCGI 대표가 상속 문제를 고민하는 기업 오너를 찾아가 승계 계획을 세워준 후 이익을 챙겨나오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손을 잡은 조 전 부사장도 KCGI의 비판 대상이던 것을 고려하면 일각의 우려처럼 단지 단기 차익이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특성상 주가를 올려 팔 생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KCGI가 그동안 한진칼에 요구해온 내용이 항공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허울 좋은 명분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KCGI가 한진그룹 미래에 관심이 없다면 결국 연합군을 내세워 경영권을 확보한 조 전 부사장 뜻대로 그룹이 운영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편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연합으로 수세에 몰리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연합이 조 회장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조 회장이 4.11% 지분율을 확보한 국민연금을 설득하거나,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과 힘을 합칠 가능성도 있어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 경영권의 향방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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