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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산업 거목’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 별세
'신뢰의 경영철학' 통해 자수성가 …국내 신발산업 부흥기 주도
2020-01-31 17:14:33 2020-01-31 17:14:33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인해 향년 75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 사진/태광실업
31일 태광실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왕성하게 활동했던 박 회장이 폐암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별세했다. 
 
태광실업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라며 “장례는 평소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최대한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지난 1945년 11월 밀양시 산골짜기에서 5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나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1966년 월남전 파병군으로 자원입대해 1968년까지 44개월간 복무했다. 파병 시절 사업에 대한 흥미와 재능을 발견하면서 1971년 정일산업을 창업했다. 이후 1980년 태광실업으로 법인명을 전환하고 임종 직전까지 50여년간 그룹 경영에 힘을 쏟았다. 
 
고인은 평소 돈을 좇기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신조를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의 경영철학’을 통해 국내 신발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특히 사업 초창기 시절 부도위기에 따른 경영난 등 숱한 역경과 어려움 마주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1987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1994년에는 신발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법인 태광비나실업을 설립했다. 이후 2000년 베트남 명예영사 취임, 2003년 베트남 직항로 개설 등 지속적으로 한·베 양국 교류 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6년 정밀화학회사 휴켐스 인수를 기점으로 박 회장은 신발을 넘어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08년 태광파워홀딩스 설립 △2010년 베트남목바이 오픈 △2012년 일렘테크놀러지 인수 △2013년 정산인터내셔널 설립 △2014년 정산애강(전 애강리메텍) 인수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태광실업그룹은 신발을 비롯, 화학, 소재, 전력, 레저를 아우르는 15개 법인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태광실업그룹은 매출 3조8000억원, 임직원 10만여명 규모의 견실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박 회장의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공헌도 남달랐다. 태광실업그룹은 1999년 재단법인 정산장학재단을 설립을 시작으로, 재난기금 등 복지 사업에 6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원해오고 있다. 
 
박 회장은 △1988년 제25회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1997년 제34회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 △2003년 베트남 친선훈장 △2008년 캄보디아 공로훈장 △2013년 제50회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2014년 고용창출 우수기업 선정 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이외에도 사단법인 국제장애인협의회 부회장,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 제5대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 제6~8대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정화씨와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딸 박선영씨, 박주영 정산애강 대표, 박소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이 있다.
 
태광실업그룹은 “유족들이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받지 않기로 했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못함을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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