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직무등급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교보생명 전경. 사진/교보생명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교보생명이 직무등급제 악용을 막기 위해 구성한 '직무등급 심의협의회'가 깜깜이 운영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사 양측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직무등급 심의협의회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구성 방식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현재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노사는 직무급제가 반영된 '취업규칙' 개정에 최근 합의했다. 취업규칙은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사내 규정이다. 사내 규정에 기본급과 기준직무급, 직무등급 관련 내용이 취업칙, 인사규정, 급여규정 등에 신설되거나 추가되며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노사 합의를 보지 못한 직무등급 심의협의회다. 직무등급 심의협의회는 본사와 외야 등 모든 직무의 신설, 폐쇄, 변동을 심의하고 임직원의 직무등급을 결정하는 교보생명의 내부 의사결정기구다.
노조 측은 직무등급 심의협의회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의 합의 없이 지난달 첫 인사가 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방식을 협의하고, 참여 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무등급 심의협의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이 직무 가치, 업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되는지부터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무등급 심의협의회가 결정하는 직무등급 심의 기준과 내용 역시 철저히 공개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직원들의 상향 또는 하향 직무 이동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없는 깜깜이 방식은 2700여명의 일반직의 고용 불안을 일으키며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홍구 교보생명 노조위원장은 "올해 1월에 직무등급제 인사가 났지만 직무등급 심의협의회의의 개최 여부를 알 수가 없어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며 "명단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데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는 사측 임원들로만 운영되고 있는 현재 방식이 아닌 임직원의 주장을 대변하는 노조 측의 동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측의 재량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직무등급 심의협의회 명단이 공개되면 오히려 내부 로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1일자 인사발령에서 79명을 하위직무로 이동 조치했고, 81명을 상위직무로 이동시켰다. 노조는 하위직무로 이동한 인원들에 대해 제3자 이의신청을 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직무급제는 오랜 기간 준비해도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며 "교보생명 정도의 기업 규모라면 당사자가 인사에 이의제기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금융사 중에서는 최초로 시행하는 만큼 과정과 절차를 제대로 운영해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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