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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스터 주: 사라진VIP’ 배정남, 카리스마부터 ‘국민 호감’까지
‘날 것’ 그대로 인물 ‘만식’…“나와 닮고 잘 할 수 있었다”
“예전엔 다가오지 못하던 팬들, 이젠 초딩까지 ‘벨 아빠’”
2020-01-30 00:00:01 2020-01-30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의심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의심을 안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생각할 여지도 충분했다. 모델 출신의 배우 배정남이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 비중 있는 조연급으로 출연한 점에 대한 얘기다. 그에게 이번 영화가 첫 작품은 아니다. 그는 과거 여러 큰 영화에서 모습을 비춰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대사가 없는 단역이거나 주연 옆에서 보조를 하는 임팩트 있는 카리스마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그의 거친 경상도 사투리 때문이다. 이게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지금, 2020년의 시선에서 보자. 사투리 없는 배정남이 상상이 될까. 그 역시 파안대소를 터트리며 어색한 서울말을 선보인다. 어색하다. 이젠 배정남에게 사투리는 하나의 시그니쳐가 됐다. 그리고 그가 이번 영화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이 확정됐을 때 절친 행님이성민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시선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정남은 엄연히 감독에게 오디션을 거쳐서 캐스팅이 확정됐다. 이성민과의 친분은 출연 결정에 ‘1영향이 없었다.
 
배우 배정남. 사진/리틀빅픽처스
 
개봉 전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 대한 시선은 사실 좀 차가웠다. 다른 무엇보다도 배정남의 정제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생소했기 때문이었을 듯싶었다. 좋게 표현하면 날 것이지만 다른 표현으론 연기력 부족으로 바라볼 요소가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출을 맡은 김태윤 감독은 그런 점 때문에 배정남을 만식역에 캐스팅했단다.
 
그 동안의 한국 영화에서 이런 스타일,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싶어요. 생각해 보세요. 없었죠(웃음). 세고 망가지는 게 정말 많았어요. 쉽게 말하면 정상이 아닌 인물이에요. 사실 이 역할이 캐스팅이 정말 안됐다고 들었어요. 기존 여러 배우들에게 제의가 들어갔지만 다 거절을 하셨다고 들었죠. 당연하죠. 쉽게 못할 역할 같았어요. 그런데 제가 뭐 잃을 게 있나요(웃음). 연기력? 폼 잡는 것 보단 이런 게 재미잖아요.”
 
그의 말을 들어보면 좀 성의 없이 대충 했단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그는 2002년 모델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대충이란 말을 제일 싫어한단다. 모델로선 단신인 176.9cm의 키로 국내 톱 모델이 된 현재, 그리고 예능의 아이콘. 여기에 영화계까지 접수하게 된 마당이다. 이런 필모그래피가 대충이란 단어와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는 정말 진지하게 임했다고.
 
배우 배정남. 사진/리틀빅픽처스
 
처음에는 정말 제대로 연기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뭐 연기를 배워 봤어야죠. 사실 모델 일도 연기에요. 그 짧은 런웨이를 걸어가면서 내가 입고 있는 옷을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최고의 포즈를 생각해 내죠. 이번에도 연기 선생님까지 섭외해서 정말 제대로 연기를 준비했어요. 동물 연기 수업도 하고.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에게 이런 저런 상의를 했는데 뜻 밖에 말씀을 들었죠. 뒷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죠.”
 
정확하게는 모든 배우들이 모여서 리딩을 하던 현장이었다. 배정남은 야심차게 준비해 간 연기를 섞어서 자기 분량의 장면을 읽고 연기를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자세히 보시고 듣던 감독님이 스톱을 외치신 것이다. 잠시 쉬는 순간 배정남에게 온 감독님은 예상 밖의 말을 전했다고. ‘혹시 연기 배우고 있냐라는 것. 그리고 오늘부터 그 연기 배우지 마라였다고.
 
절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의 가르침이 잘못됐단 게 아니에요. 감독님은 저의 날 것 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야생마 같은 느낌이 만식역에 딱 어울린다고 보신거죠. 성민 형님 소개로 감독님을 만난 건 사실에요. 그런데 딱 그것뿐이에요. 오디션을 볼 때도 별 말씀이 없으셨는데. 그때서야 알았죠. ‘내가 해야 할 게 따로 있구나싶었어요. 그냥 제대로 웃기고 망가져 보자 싶었죠.”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 스틸.스 사진/리틀빅픽처스
 
사실 코미디는 망가진다고 웃음을 만들어 내는 장르가 아니다. 기성 배우들이나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도 기피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코미디다. 웃음의 포인트를 잡고 연기를 하지만 보는 관객들은 다른 지점에서 웃음이 터질 수도 있다. 전달하는 배우와 전달 받는 관객들의 타이밍이 제대로 맞아야 그 효과가 터지는 장르다. ‘코미디는 타이밍의 예술이란 단어도 그래서 나온 말이다.
 
~ 진짜 어려웠죠. 사실 언론 시사회에서 멘붕이 왔었죠. 이 부분에선 웃음이 터져야 하는데싶은 장면에선 웃음이 안 나와요. 반대로 전혀 웃으면 안 되는 장면에선 또 웃음이 나오고. ‘이게 뭐지싶었죠. 그나마 다음 날 일반 시사회에선 일반 관객분들이 많이 웃어주셨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죠. 이 영화를 하고 나니 정말 코미디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어요. 이번에는 슬랩스틱 코미디였는데, 다음 작품에선 꼭 블랙 코미디 같은 장르도 도전해 보고 싶죠.”
 
사실 배정남은 웃긴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한때 카리스마의 대명사였다. 후배 모델들에겐 이른바 간지 선배로 통했다. 지금도 모델계에선 선배 차승원과 함께 범접할 수 없는 대선배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 의도치 않게 예능에 출연하게 되면서 카리스마가 벗겨지고 인간미를 장착하게 됐다. 이젠 배정남이란 이름보단 (반려견) 아빠로 통한다고.
 
배우 배정남. 사진/리틀빅픽처스
 
이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웃음). 진짜요.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절 봐도 쉽게 다가오지도 못하셨어요. 보시기에 제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요? 하하하. 진짜 절 보시는 눈빛은 느껴지는 데 오질 못하세요. 난 속으로 사인을 먼저 해드리고 사진을 찍어 드릴까?’ 막 고민하는 데 그냥 지나가세요. 그런데 요즘에는 초딩부터 동네 어머니들 할아버지 할머니 다 달려오세요. 제가 뭐 신비주의 연예인도 아니고. 하하하. 너무 행복하고 좋습니다.”
 
예능에 출연해서 그의 개인사가 전해지면서 인간미가 더해지기도 했다. 배정남은 이제 전국민에게 호감 연예인이 됐다. 어렵게 살 던 시절로 잠시 기억을 돌려봤다. 옷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미래를 알 수 없던 부산 청년 배정남이 2020년 영화 포스터에 얼굴이 공개된 채 전 국민의 벨 아빠가 됐다.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감회에 젖었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 스틸.스 사진/리틀빅픽처스
 
하하하, 생각이나 했겠습니까(웃음). 진짜 꿈도 안 꿨던 지금의 모습이죠. 모델 일부터 시작하면 올해가 19년 차 됐네요. 배정남이, 정말 잘 버틴 거 같습니다. 일이 없었을 때도 있었죠. 그래도 놓지 않고 잘 버텼다고 자부합니다. 꿈이란 게 생기고 나니 뭔가 힘이 나더라고요. 아마 꿈을 꾸면서도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절 보고 용기를 내십시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른 시간 아닙니까(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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