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삼성 준법감시위 운영평가 하겠다"…특검 "양형 반영 안 돼" 반발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 구성해 준법감시위 실효성 판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증거채택 필요성 불인정"
입력 : 2020-01-17 18:10:09 수정 : 2020-01-17 18:10:09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법원이 삼성에서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보겠다면서 이를 점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양형 요소로 보겠다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7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양형심리와 관련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 점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기일에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해 실효적 운영을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고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별도의 발언 시간을 얻어 올해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방식 등을 설명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공판에서 재판부가 "정치 권력으로부터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요구한 데 대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간담회를 열고 계열사들의 준법경영 관리를 위한 외부 위원회인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을 발표했다. 위원장에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내정했으며 위원은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7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내부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과 관련해 법 위반 리스크가 없는지 사전에 모니터링을 하고 법 위반을 인지할 경우 조사 보고, 시정 및 제재 조치를 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판부는 이날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제도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오늘 피고인과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국민에 대해 약속을 했으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사건에서도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요소로 고려해보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독립적인 제3의 전문가를 지정해 삼성 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3명의 위원으로 위원단을 구성할 계획이고 그중 한 명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명의 위원 후보는 1월말까지 특검에서 1명, 변호인 측에서 1명 추천해달라고도 요청했다. 
 
특검은 즉각 반발했다. 특검은 "재벌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봐주기에 불과하다"며 "재벌체제 혁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준법감시제도 하나만으로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외부에서는 재판부 명령이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며 "특검은 재판부에 그런 의도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회복적 사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2월 14일로 지정하고, 그때까지 관련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사건과 관련한 기록들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재차 반발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추가로 신청한 서면증거 중 개별 현안과 관련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과 관련해 제출된 증거는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유죄 판단에 대해 피고인도 다투고 있지 않다"면서 파기환송심인 이 재판에서는 승계 작업 일환으로 이뤄지는 각 현안과 구체적 대가관계를 특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구체적 입증을 위한 증거조사는 사실 인정이나 양형 측면에서 모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판시 내용을 보면 삼성물산의 부당한 합병 비율, 의도적 가치 불리기 사건도 포함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후계작업이 그 사건의 배경이라고 명시적으로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핵심 양형증거로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무죄 사실은 확정됐고 양형만 다투는 재판에서 이의신청도 기각된다면, 상고이유도 다툴 수도 없다. 결론적으로 이 재판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항의했다. 재판부는 추후 서면으로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여부를 고지할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서 서울고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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