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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하는 성수동 수제화거리…활성화 방안 시급
공장은 문 닫고 판매장은 높은 임대료에 신음 …서울시·성동구 올해 23억5500만원 투입
2020-01-12 06:00:00 2020-01-12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지만, 수제화 거리는 경기 악화와 수요 감소로 부진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민간 위탁 기관 재공고를 내 성수 수제화 활성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업계 내부 입장은 제각각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뚝섬역 교각 아래 위치한 수제화 공동판매장 모습. 사진/홍연 기자
 
다수 공장 문 닫거나 해외 이전…판매장은 높은 임대료에 고전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우리나라 최대 제화 산업 집적지로 80년대 이후 피혁, 원부자재, 장식 업체들이 몰려들며 '수제화의 메카'가 됐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국내 유수 브랜드의 수제화는 백화점과 홈쇼핑 매장 등으로 팔려나갔다. 수제화 거리가 매스컴에 노출돼 한 달에 4000만원까지 번 매장도 있었다는 후문이지만,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최근 경기 침체로 성수동에 위치한 다수의 공장은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고, 수제화 판매장은 상승하는 높은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다. 퇴직임금 문제로 중간 협력업체와 소사장간 소송문제도 불거졌고, 제화기술자들이 공임 인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뚝섬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A씨는 "근래에 많은 업체가 폐업했고, 임대료는 오르지만 수제화는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잘 안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수역 인근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초반 직장인 B씨는 "수제화 거리가 있는 걸 알고 있지만, 동료한테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를 듣고 가본 적은 없다"고 했다.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 외부 전경. 1층은 쇼륨과 전시, 2층은 체험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디자이너 실력 향상·원활한 공장 운영 뒷받침돼야 
 
수제화의 진입장벽은 '가격'으로 꼽힌다. 값싼 중국산 기성화에 비해 어떤 이점이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뚝섬역 공동판매장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이정환 앤지배 디자이너는 "수제화가 기성화보다 낫다는 단순 비교보다는, 수제화의 세부적인 제작 과정 등의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수역 앞에서 수제화 판매장을 운영 중인 고기한 오보에다모르 대표는 "백화점을 많이 갔던 손님은 (우리 집) 단골이 된다. 같은 품질이지만, 백화점보다 싸다는 인식이 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좋은 품질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에 소비자가 수긍하려면 상품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이용희 한국제화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디자이너는 실력을 높이고,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원할한 공장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수제화 제작 관련 국가자격증제를 도입해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환 디자이너는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은 많지만, 누가 전문가이고 아닌가에 대한 경계선이 없다"면서 "수제화 제작을 배우려는 사람도 무엇을 보고 어디를 가야 하는지 판단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성수역 수제화 거리 모습. 사진/홍연 기자
 
열악한 공임 등으로 제화기술자 점점 사라져…관련 협회 목소리는 제각각 
 
제화기술자들의 열악한 공임도 실력 있는 후학 양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구두 한 켤레를 만드는데 5000~6500원 수준이 지급돼 젊은이들에겐 '배고픈' 직업이다. 7~8년 전에는 오전에 그만두고, 오후에 다른 데서 취직을 할 정도로 수요가 높았지만, 수제화 생산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중에는 결국 제화기술자들이 사라지고 일부 장인만 남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고 대표는 "35년 동안 구두와 관련 일을 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이 동네가 끝나면 우리나라 수제화는 끝났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수제화 거리엔 복수의 관련 협회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활성화를 위한 의견 수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평재 PJ 구두이야기 대표는 "어느 조직이나 다양한 의견을 가지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한 단체에서 한목소리를 내면 좋은데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제화 판매 상인 C씨는 "간담회에 몇 번 가봤는데, 수제화 거리 활성화보다는 다들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했다.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 건물 1층 내부 모습. 사진/홍연 기자
 
올해 서울시·성동구 활성화 산업에 총 23억5500만원 투입 
 
올해 서울시와 성동구는 수제화 거리 활성화를 위해 각각 23억, 5500만원을 투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위탁 업체가 미흡한 면이 있어 해당 사업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해 제대로 이끌어갈 업체를 뽑을 예정"이라면서 "성수역 수제화 테마 역사도 조성된 지 오래돼, 실제로 수제화 관련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조성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성수역보다 유동인구가 적은 뚝섬역 교각에 홍보관을 설치해 명장의 시현으로 수제화에 대해 널리 알릴 것"이라면서 "수제화 사업 자체가 일감 부족 등으로 많이 침체가 돼있어 어떤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최대한 홍보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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