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호르무즈 파병은 안 된다
입력 : 2020-01-12 07:00:00 수정 : 2020-01-12 07:00:00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새해를 맞았지만 시작부터 정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은 카젬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드론 폭격으로 살해했다. 이란은 보복으로 이라크 내에 있는 미군기지 2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을 확대하지 않고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태가 그냥 잠잠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은 핵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하고 있고 언제 또 다른 사건을 계기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의 내부 사정도 군사적 긴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이슈를 올해 11월 대선에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정권도 자국 내부의 불만을 무마하고 중동 지역 시아파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미국이 대한민국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을 했을 때 그는 사실상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었다. 그리고 최근 해리 해리스 미 대사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파병요청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요청에 응해서는 안 된다.

첫째, 호르쿠주 해협 파병요청에 관해 미국은 말로는 '민간선박 공동호위 연합체'를 구성하자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란은 이런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할 것임이 불을 보듯 훤하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중 가장 좁은 구간은 이란 영해다. 이란이 대한민국에 대해 뚜렷한 적대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국가의 영해를 압박하기 위해 파병을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둘째, 파병을 요청한 트럼프 정권에 명분이 없다. 다른 나라의 군사령관이 공항에서 내려 승용차로 이동하는 중에 드론 폭격을 한 것은 '살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미국 의회에서도 '폭격을 한 이유에 대한 트럼프 정권의 브리핑'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겠는가. 그리고 미국 하원은 1월10일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 행태는 자기 나라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폭격이 이뤄진 곳은 이라크인데, 이라크 정부는 이에 반발하여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그 이웃 나라의 군사령관을 살해한 것은 그만큼 정당화되기 어려운 행위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미국의 파병요청에 응한다면, 이런 미국의 도발적 행태를 지지하는 셈이 된다. 이것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대한민국에게 득이 되는 게 아니라 실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인데, 지금 이라크엔 1600명, 이란엔 290명의 국민이 체류 중이다. 그리고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일찍 대한민국과 수교한 국가고, 상당한 경제교류를 해왔다. 서울 강남에 있는 거리의 이름인 '테헤란로'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지명을 딴 것은 대한민국과 이란의 교류 역사를 잘 보여준다. 수교국가가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해서는 안 될 이유는 많다. 지금과 같은 긴장이 초래된 시작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를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이다. 현 사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파병을 요청하는 것은 책임을 부당하게 떠넘기는 것이다. 여기에 응할 이유가 없다.

한미동맹을 중시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동참하는 것은 진정한 동맹의 길이 아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변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요청에 응해서는 안 된다. 절차상으로 파병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오는 4·15 총선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에도 파병은 곤란하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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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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